정부가 최근 경제 관련 종합대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지만 기존 정책과 어긋나는 '정책 충돌' 현상이 자주 빚어지고 있다. 국내기업을 해외로 내보내는 정책과 나가는 기업을 붙잡으려는 규제완화가 함께 추진되고 있고, 해고요건 완화 등 노동 유연화 정책과 정년연장 및 정년의무제의 도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해외 자산투자의 위험을 경고하면서 한편으로는 국민들의 해외 주식ㆍ부동산 투자 역시 독려하고 있다. 이처럼 상충되는 정책조합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자칫 정책효과가 반감되고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어 정책의 세밀한 조율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 기업을 내보내려는 정책과 붙잡으려는 정책의 동시 추진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기업 해외진출 지원방안'을 통해 해외공장 설립 등 투자절차를 간소화하고 해외 고급 정보를 제공하며, 금융ㆍ세제 혜택까지 주겠다고 밝혔다.
무역흑자로 돈이 넘쳐 환율이 불안하기 때문에 국내기업이 해외에서 공장도 짓고, 개발사업도 많이 하도록 유도해 기업자금을 밖으로 빼내겠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의 정책 골간은 기업의 해외 이전을 막는 것이었다. 지난해 9월에는 "국내 공장설립이 줄고 있고, 제조업의 해외 이전이 증가하고 있어 문제"라며 기업환경개선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조만간 2차 대책이 발표될 예정이다. 전경련 이승철 상무는 "기업이 새로운 먹을 거리를 찾아 해외로 나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정부가 나서서 이를 부추기는 것은 국내 일자리 감소 등 산업공동화를 부채질할 수 있다"며 "정책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들의 해외투자도 마찬가지이다. 정부는 올 1월 15일 해외부동산 취득한도를 1인당 300만 달러(약 23억원)로 확대하고, 해외펀드 주식양도차익 비과세 등을 골자로 하는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역시 국내에 넘치는 달러를 퍼내겠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최근 금융감독원은 중국ㆍ인도의 증시활황으로 국내 증시 수요기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고, 해외증시의 불안이 가중되자 해외투자의 위험에 대한 경고사인을 잇따라 내고 있다. 넘치는 유동성을 조절하는 정책도 펴야 하고, 그로 인한 부작용을 막는 정책도 내놓아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노동부문에서도 인력부족에 대비한 고령인력 활용 정책과 해고요건 완화 등의 노사관계 선진화 정책이 마찰을 빚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4일 발표한 '인적자원 활용 2+5 전략'에서 정년 연장과 함께 2010년부터 기업이 정년 이전에 직원을 내보내면 처벌하는 정년의무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정리해고 요건 완화 등을 골자로 하는 노사관계 로드맵을 제정한 데 이어, '외국인투자 유치 활성화 방안'에서 정규직 해고요건과 고용승계 요건을 완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상무는 "최근 정책들이 엇갈리면서 모순을 보이는 것은 밖으로 개방도 해야 하고, 안으로 저성장에 대한 준비도 해야 하는 한국적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정책효과가 반감되지 않도록 조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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