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北京) 시민들은 톈안먼(天安門) 광장 앞에 지어지고 있는 거대한 극장, 국가대극원(國家大劇院)을 지날 때마다 한마디씩 한다. 옆으로 누운 오리알을 가로로 지른 듯, 타원형 형 돔처럼 생긴 전위적 디자인 때문에 '중국에서 가장 큰 오리알', '베이징에서 가장 큰 봉분'이라고 말한다. 이런 농담엔 조롱기가 짙게 묻어있다.
● 중국 도시들의 과소비
국가중심로 창안제(長安街)변 국가대극원의 초현대적 디자인은 누가 봐도 600년 고성 자금성과 인민대회당 등 주변경관과 어울리지 않는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일각에서는 7년 전 프랑스 건축설계사인 폴 앙드레의 작품이 국가대극원 디자인으로 채택된 뒷얘기를 들춘다. 당시 모든 이들은 주변과의 부조화를 이유로 반대했지만 장쩌민(江澤民) 당시 국가주석만이 앙드레의 작품에 찬성했다고 한다.
장 전주석이 자신이 총애한 여가수 송주잉(宋祖英)의 말만 듣고 밀어붙였다는 말도 떠돈다. 시민들은 38억 위안(4,400억원)을 들여 건물을 짓고, 완공 후 유지비로 매일 33만 위안(3,800만원)을 쓰기보다는 시내 극장 중 하나를 개축했어야 한다고 말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지난달 인민일보는 상하이(上海) 동방예술센터의 과소비를 꼬집었다. 프랑스 퐁피두 센터를 본 떠 1,300억원을 들여 지은 센터의 하루 관리비는 9만 위안(1,000만원)에 이르고 무대 막(幕)의 1회 세탁비만도 4만 위안(460만원)이라고 한다.
대졸자 초임이 3,000위안(35만원)인 수준에서 지나치게 호화롭다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베이징과 상하이 뿐 아니라 충칭(重慶) 우한(武漢) 항저우(杭州) 등 웬만한 도시들도 앞 다퉈 초 현대식 문화센터를 완공했거나 건설중이다.
중국 전역에서 진행되는 과시적 소비는 사실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중국의 중소도시 어디를 가도 '신라호텔급' 호텔은 쉽게 눈에 띄며, 거리에서는 부자들이 캐딜락 벤츠 등을 몰며 부를 자랑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과시적 소비 행태가 최근 비판의 도마에 오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는 극심한 빈부격차 탓도 있지만 연 경제성장률이 8~11%에 달하는 고성장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없다는 염려에서 기인되는 듯하다.
● 미래 살펴 계획을 짜야
때를 맞춰 홍콩의 한 신문은 과시형 국책 사업으로 창장(長江)의 물을 황하 유역으로 끌어올리는 남수북조(南水北調) 사업을 지목했다. 내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 직전 창장의 물을 베이징의 상수원으로 활용하려는 남수북조 중부선 공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창장 수질이 악화해 결국 거대한 하수관을 건설하는 공사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를 지켜보면서 성숙한 사회는 현재는 물론 미래도 살펴 빈틈없는 계획을 짜는 사회라는 것을 느낀다. 대선 주자들의 각종 포부와 계획을 조목조목 따지는 것은 그래서 성숙한 국민의 척도가 될 것이다.
이영섭 베이징 특파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