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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중국의 시각으로 본 일본군 전범재판 '도쿄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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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중국의 시각으로 본 일본군 전범재판 '도쿄심판'

입력
2007.03.05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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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 처리를 위해 1946년 도쿄에서 열린 ‘극동국제군사법정’을 스크린에 옮긴 중국영화 <도쿄심판> (감독 까오췬수)이 1일 개봉했다.

영화는 미국 영국 소련 중국 호주 등 11개국에서 파견된 판사들이 도조 히데키, 도이하라 겐지 등 A급 전범 28명을 심판하는 과정을 중국인 법관 메이의 눈으로 들여다본다. 2년 6개월, 총 818회에 걸쳐 진행된 특별재판을 재현함으로써 일본의 잔학상과 뉘우치지 않는 태도를 고발하자는 것이 영화의 목적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한 듯, 영화는 시종 중국인의 감정적 민족주의에 호소한다. 많은 부분 다큐멘터리의 틀을 차용하고도 ‘영웅 만들기’라는 징고이즘(배타적 민족주의)적 복무에 충실하느라 영화적 객관성을 양보한다.

영화 중반, 일본인 변호사는 자국에 불리한 증언을 하는 전 일본군 장군에게 “당신은 일본인이냐?”고 다그친다. 그런데 그 대사가 중국인들을 향해 “당신은 중국인이다!”라고 외치는 프로파간다로 들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난징대학살 등 영화의 주제를 담고 있는 역사적 사실들도 절제되지 않은 감정의 흐름에 묻혀 오히려 왜소하게 느껴진다. 지극히 평면적으로 그려낸 전범들의 캐릭터나, ‘논리’보다는 ‘웅변’으로 동료 판사들을 설득하려는 메이의 모습도 영화의 색깔을 탁하게 한다.

비슷한 소재를 다룬 할리우드 영화 <뉘른베르크의 재판> (1961년)이 조국에 대한 충성과 개인적 양심 사이에서 번민하는 나치 전범의 내면을 담아낸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어쨌든 3ㆍ1절을 맞아 비슷비슷한 오락영화보다는 뭔가 ‘의미 있는’ 영화를 보려는 관객들에게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듯하다. 단, “왜 한국 재판관은 저기에 없었을까?”라는 의문을 가질 사람이라면 근대사 공부를 좀 하고 극장엘 가자. 극동국제군사법정이 열렸던 1946년, 한반도는 미군정 아래의 비주권국이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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