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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르포-직접 해봤더니/ '苦役' 알바 방청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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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르포-직접 해봤더니/ '苦役' 알바 방청객

입력
2007.03.05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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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1TV 의학정보 프로그램 <생로병사의 비밀> 에 참여했던 보조 출연자 김모(55)씨가 지난달 15일 갑자기 숨진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밤을 새며 스트레스와 남성 호르몬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한 여러 가지 실험을 촬영한 뒤였다. 엑스트라는 쥐꼬리 만한 출연료를 위해 밤샘 촬영을 밥 먹듯 한다. 각종 연예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의 썰렁한 말에 박수치고 웃어대는 방청객 아르바이트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방송사와 용역업체들은 “연예인도 직접 보고 돈도 벌 수 있다”며 10대들을 꼬드긴다.

‘깔깔이 부대’로 불리는 이들은 ‘약방에 감초’ 같은 존재지만, 시간 당 받는 돈은 2,000원 남짓이다. 그러면서도 출연 연예인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물 한 모금 구경 못한 채 몇 시간씩 뜨거운 조명 아래 앉아 있어야 한다. 신보경, 이경진 두 인턴기자가 지난달 27일 모 방송사 연예오락 프로그램에 방청객 아르바이트로 참여했다.

두 기자가 서울 목동 방송회관 1층 로비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4시45분. 용역회사 직원은 30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방청객 수가 70명에 이르고 여기저기서 웅성거리자 경비원들이 “저녁 7시가 녹화 시작인데 왜 벌써와서 떠드느냐”며 밖으로 쫓아냈다. 서모(17) 양은 “내일 그룹 SS501이 나오는 다른 프로그램을 방청하려고 했더니 용역회사에서 ‘거기 가려면 오늘 와서 자리를 채워야 한다’고 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1시간30분이 지나서야 스튜디오에 들어갔다. 여대생 이모(20)씨는 “자리 배치도 얼굴 따라 다르다. 화면에 잘 나오는 예쁜 언니들 먼저 앞 자리에 앉힌다”고 말했다. 뒷좌석은 다리를 뻗기 힘들 정도로 좁았고 옆 사람과 어깨가 자꾸 부딪쳤다. 저녁 7시30분에 시작한 1회분 녹화는 9시20분께야 끝났다.

순간 입구 쪽에서 소동이 일었다. 지친 방청객 몇 명이 “그냥 집에 가게 해달라”고 했다. 용역회사 직원은 “중간에 가면 돈을 한 푼도 못 준다”고 위협했지만, 10여명이 끝내 자리를 떴다. “5분 쉬고 다시 시작”이라는 말에 화장실도 못 간 방청객들은 출연자를 40분 넘게 기다렸고, 10시가 넘어서야 2회분 녹화에 들어갔다. 몇몇 방청객이 “목이 마르다”고 호소했지만, “물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진행자가 “방청객 100명에게 ‘예’, ‘아니오’를 묻겠다”며 버튼을 누르라고 했다. 10명 넘게 빠져나가 방청객 수는 90명이 안됐고 버튼도 하나뿐이었지만, 결과는 ‘예’ 45명, ‘아니오’ 55명이었다. 각본대로 결과를 조작한 것이다.

2회분 녹화는 밤 11시40분에 끝났다. 녹화 전 받은 번호표를 주고 방청객들이 받은 돈은 1만1,000원. 자정이 넘어서 건물 밖으로 나왔지만 막차는 떠난 뒤였다. 두 인턴기자가 지불한 택시비는 2만3,000원. 7시간이 넘는 노동이 남긴 것은 만신창이 몸과 텅 빈 지갑이었다.

신보경ㆍ이경진 인턴기자(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2년)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 방청객 알바 횡포 실태는

'깔깔이 부대’는 5개 용역회사가 관리한다. 출연료는 프로그램마다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3시간에 6,000원이 기본이고 초과하면 50%를 더 준다”며 “심야는 1만2,000원, 얼굴이 자주 나오는 프로는 5만5,000원”이라고 했다. 이 가격은 10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용역회사는 “방송사에서 올려주지 않으니 별 수 있냐”고 했다.

그나마 대기시간은 포함하지 않는다. 한 방청객은 “새벽 3시까지 녹화하고 달랑 만원 한 장 받은 적도 있다”고 했다. 용역회사는 인기 프로를 방청하게 해 주는 대신, 인기 없는 프로에 ‘반 강제’로 동원하기도 한다. 인기 프로라는 이유로 출연료를 안 주기도 한다. 청소년에게 부적절한 프로그램의 방청객도 대부분 10대다. 업체는 18세 미만은 부모에게 확인 전화를 한다지만, 한 고등학생은 “수 십번 왔지만 전화 얘기는 처음 듣는다”고 했다.

박상준 기자

■ 방청객 '사람 할 짓 못되'

방청객 알바는 사람이 할 짓이 못 된다.

나는 야×××에 방청객으로 갔었는데 3시간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하고 게다가 정말 야심한 시각에 시작해서 (약 10시)새벽 3시에 끝났다. - -

게다가 수당은 만원. 뭐냐? 차비 쓰고 말라는 건가 5시간동안 앉아있느라 허리 장난 아니게 아프고 그렇다고 해서 의자가 좋은 것도 아닌지라 완전 짜증나고

소리지르고 억지로 웃느라 안면근육 뽑혀나가는 줄 알았다 - -

게다가 기획사라고 해야 되나? 어쨌든 알바 모집하는 측에서 ×××가 아주 없어서 기분은 더 상했다.

딱 좋았을 때가 두 번 있었는 데 그건 맨 처음 방송국에 들어서서 (헉, 이것이 방송국 안이로군)

두 번째는 맨 처음 연예인들이 입장했을 때 (헉, 저 사람들이 연예인이로군)

그 외엔 정말 없다. 더구나 난 연예인 보러 간 것도 아니라서 - -

게다가 야심한 새벽에 끝나는 바람에 기분은 더잡치고. 방청객 알바는 정말 완전 비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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