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거짓진술 강요 의혹 사건에 대한 감찰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수사방식 개선 방안을 내놓으면서 검찰 수사의 획기적 전환 계기가 마련됐다. 그러나 미흡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아 검찰 수사의 신뢰가 회복되기까지는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품위손상 결론, 감찰 끝
동부지검 백모 검사의 거짓진술 강요 의혹에 대한 감찰 결과는 ‘소문만 무성했던 잔치’로 마무리됐다. 대검 특별감찰반은 백 검사의 발언에 대해 품위손상만을 지적했을 뿐 거짓진술 강요, 강압수사, 플리바게닝(유죄 협상) 의혹은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발언 자체는 충격적이지만 전후 맥락을 보면 기존 검찰 수사 방식에서 크게 벗어난 위법성은 없었다는 게 판단의 근거다. 감찰반은 핵심 쟁점이었던 “거짓말을 하라”, “희생타를 날리라”는 등 발언에 대해 백 검사가 제이유 전 이사 김모씨의 범죄 증거를 확보한 상태에서 자백을 강조했던 수준의 발언으로 결론내렸다.
수사대상이었던 제이유 납품업자 강모씨에게 강압수사를 했다는 의혹이나 “구형을 1년으로 줄여주겠다”는 거래 의혹 부분도 다소 무리한 추궁 수준이었다는 게 감찰반의 설명이다.
검찰 입장에서는 관련자를 문책하는 것으로 조직에 미치는 충격파는 최소화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온 셈이다. 그러나 이런 결론은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는 거리가 먼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백 검사의 수사대상이었던 강모씨는 “녹음 내용을 듣고도 어떻게 거짓진술 유도가 없었다고 결론지을 수 있느냐”며 “검찰이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고 반발했다.
●국민참여 확대하고 인권 존중할 것
검찰이 동부지검 사태를 계기로 마련한 수사방식 개선방안 중 우선 서울중앙지검이 수도권 특별수사를 전담토록 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인프라와 노하우가 부족한 재경 지검 수사의 부작용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고 장기적으로는 특별수사의 광역화ㆍ집중화를 꾀하겠다는 이중 포석이다.
부장검사를 주임검사로 지정하는 방안, 특수부 초임 검사에 대한 6개월의 수사보조 업무 부여, 검사 99명으로 구성된 ‘특별수사 인재뱅크’ 구성 등도 특수부 강화책의 일환이다.
‘검찰수사심의위’를 구성해 수사 과정에 국민을 참여토록하겠다는 방안은 검찰 수사의 객관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구속영장 청구 전이나 기소 전에 외부인을 상대로 수사 내용을 설명해 자문을 구하겠다는 게 요지다. 법원이 도입을 추진중인 배심제와 성격이 비슷하다.
조사 대상자에 대한 반말 사용 금지, 영상녹화 확대, 대검 인권 전담부서 설치, 특별수사 옴부즈만 제도 도입 등 인권강화 방안도 대거 포함됐다. 대검찰청 감찰부장의 개방직 전환, 고검 감찰부 신설을 통해 감찰도 강화하기로 했다. 검찰은 플리바게닝, 참고인 강제 구인제도 등 ‘숙원사업’ 의 입법화도 이번 기회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실효성 고민해야
법조계 일각에서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비대화에 따른 인력 증원 및 예산 증액 문제, 국민 참여시 수사 보안성과 신속성 유지 가능성 등 고민할 부분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플리바게닝 등 반대 여론이 많은 제도의 도입도 논란거리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새로운 내용이 적고, 국민의 수사과정 참여 등 일부 방안은 실현 가능성이 의심스럽다”며 “방안들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수사 관행에 대한 검찰 구성원들의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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