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워맥ㆍ다니엘 존스 지음ㆍ이진원옮김 / 바다출판사 발행ㆍ439쪽ㆍ2만5,000원
영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테스코.
대도시를 거점 삼아 대형 할인점(하이퍼마켓) 위주로 사업을 펼치던 테스코는 1990년대 중반부터 소형 슈퍼마켓인 테스코 메트로, 주유소와 교차로 등에 위치한 편의점인 테스코 익스프레스, 도시 외곽의 중형 슈퍼마켓인 테스코 엑스트라 등 다양한 형태의 매장을 선보인다.
소규모 상점에까지 작은 수량의 상품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경쟁업체들은 이 회사가 물류비용 상승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테스코는 대형할인점부터 편의점까지 모든 형태의 매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며 세인즈베리를 제치고 2001년 영국 내 매출 1위 유통업체로 올라섰다.
‘소비자의 시간을 금쪽같이 여겨라’ 라는 발상의 전환을 실행에 옮긴 덕택이다. 경쟁사들이 ‘싼 가격에 원하는 물건을 사려는 소비자라면 누구든 대형할인점을 찾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대형매장을 내는 데만 몰두한 반면 테스코는 대형매장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소비자일수록 이동시간과 비용 때문에 대형매장을 찾아가는 일이 힘겨울 것이라는 점을 배려한 것이다.
<린 솔루션> 은 MIT에서 기업의 제조관리과정을 연구했던 제임스 워맥과 카디프대 경영대학원 엔터프라이즈 아카데미 설립자인 대니얼 존스가 발표한 <린 싱킹> 의 후속편 격이다. 린> 린>
‘린 싱킹’ 이 생산과정의 낭비를 줄임으로써 일본의 토요타처럼 효율이 높은 ‘날씬한 기업’을 만들자는 주장을 담고 있다면, ‘린 솔루션’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기업의 낭비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소비자가 상품을 구입하는 데 드는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의 문제의식은 ‘21세기 소비자들은 훌륭한 물건의 바다 속에서 익사할 지경이지만 물건을 선택하고 이를 유지ㆍ관리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린 솔루션’이야말로 이 딜레마의 해결책이라는 주장이다. 저자들은 ‘소비자의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제공해라’ ‘소비자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라’ ‘소비자가 원하는 장소에서 가치를 제공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시기에 가치를 제공하라’ 등 7가지 핵심주제를 제시한다.
소비자들이 아무란 보상 없이 줄을 서서 기다린 시간, 상담원을 기다리며 전화를 들고 있는 시간은 ‘무임금 노동’ 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항에서 체크인 수속시간을 단축시킨 미국의 포고 에어택시, AS센터 상담원 통화 대기시간을 줄이고 상담의 질을 높인 일본의 후지쯔 서비시즈 등은 ‘린 솔루션’ 을 잘 활용한 사례라고 추켜세운다.
이 책의 미덕이라면 소비자들에게 시간과 비용 부담을 전가하면서 수익만 챙겨온 기업가, 비효율적인 소비 과정을 강요하는 기업의 행태에 둔감했던 소비자 양쪽에 ‘인식의 전환’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이나 소비자 모두 대량생산 대량유통의 확산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그대로 쫓아 가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가에 대해 한 번쯤 통찰하도록 한다. 경영학 관련 전문용어를 되도록 사용하지 않은 점이나 친절한 도표는 경제ㆍ경영서라면 이마부터 찌푸렸던 일반인들도 쉽게 책을 펼칠 수 있도록 한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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