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딕 체니 부통령을 노린 탈레반의 자살폭탄 공격이 정부 수뇌부를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이면서도 테러행위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단호함을 보였다. 미 정부는 체니 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방문 일정 등 모든 정보가 일반에는 철저히 차단된 상태에서 이번 사건이 발생한 만큼 정보관리에 허점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체니 부통령은 아프간 방문을 마치고 다음 행선지인 오만으로 이동하면서 수행기자들에게 “탈레반 세력들이 아프간 정부의 권위에 대항하는 방법을 찾으려 했던 것이 분명하다”며 “기지에 대한 폭탄 공격은 그러한 방법 중의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체니 부통령은 그러나 “그런다고 해서 (테러에 맞서는)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큰 폭발음이 울린 후 숙소로 달려온 경호원들로부터 바그람 기지 정문에서 자살폭탄 공격이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며 “경호요원들의 안내에 따라 바그람 기지 내 방공호에 대피해 있다가 상황이 진정되자마자 숙소로 돌아왔다”고 당시 정황을 설명했다.
아프간 현지 상황과 관련, 체니 부통령의 군기지 체류시간을 정확히 맞춰 테러를 감행할 만큼 사전 준비가 철저했다는 것은 탈레반 반군이 그들의 주장처럼 체니 부통령의 방문 정보를 최소 2~3일 전에 수집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미국은 보안이란 측면에서 지난해 3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아프간을 방문했을 당시보다 이번 체니 방문에 더 신경을 썼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프간의 치안상황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미군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통제가 미치는 작전반경도 상당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미군 측은 당초 사건 발생 직후 이번 공격을 체니 부통령을 노린 것이 아닌 우발적 테러로 규정하려는 의도를 보였다. 아프간 주둔 윌리엄 미첼 미군 소령은 사건 초기 “체니 부통령이 폭발장소와 가깝지 않은 곳에 있었기 때문에 체니 부통령을 노린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체니 부통령은 당초 하룻밤 잘 계획이 없었으나 26일 기상악화로 카르자이 대통령과의 카불 회견이 연기돼 급작스럽게 계획을 변경했다”며 “사전에 체류 계획을 입수했다는 탈레반의 주장은 억지”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바그람 미군기지가 나토군의 병참을 담당하는 주요 군사시설로 평소 주변 경계가 삼엄했다는 점에서 이번 공격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테러라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기울고 있다. 아프간 주둔 미군이 “특정인을 노린 테러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한 것은 이 같은 맥락이다.
미국 정부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아프간 남동부 지역에 거점을 확보하고 있는 탈레반 반군과 알 카에다가 아프간 정부의 정보기관과 결탁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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