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모델들을 동원한 행위예술을 통해 여성의 정체성과 몸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드는 작업으로 유명한 여성 작가 바네사 비크로프트(38) 회고전이 서울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달 26일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31명의 여성 모델들을 8시간 동안 말 없이 서 있게 해서 지치고 흐트러지는 모습을 포착하는 퍼포먼스를 했던 그 작가다. 그의 이름 첫 글자를 따서 (‘60번째 퍼포먼스’라는 뜻)으로 이름 지은 이 작업은 나중에 사진과 영상으로 전시될 예정이다.
그는 1993년 VB1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세계 각지에서 이런 작업을 해왔다. VB 시리즈의 절반은 누드로, 나머지 절반은 똑 같은 옷을 입혀서 했고, 남성 모델을 쓴 적도 더러 있다. 모델을 모두 알몸으로 세웠을 때도 장시간 고역에 지친 여자들이 널브러진 모습은 더 이상 에로틱한 눈요깃거리가 되지 못하고 오히려 처연해 보인다.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나 화장 전문가들의 손길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꾸민 모델들이 망가지는 순간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는 그의 작업은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상업적 쇼이거나 심술 사나운 가학성 취미라고 야유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 자신은 여성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가나아트센터의 이번 전시는 VB36(1996년, 독일 라이프치히)부터 VB55(2005년, 독일 베를린)까지 VB 시리즈와 이복 여동생을 모델로 한 특별 프로젝트 (Sister Calendar) 등 최근 10년 간의 주요 퍼포먼스 사진 40여 점, 조각과 영상 작업을 모았다. 그의 작품 세계를 돌아보는 대형 전시로는 국내 처음이다.
그동안 2004년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의 신디 셔먼-비크로프트 2인전, 2002년 가나아트센터 사진영상페스티벌에서 그의 작업이 소개됐다.
25일까지. (02)720-1020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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