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고 바람 불고 폭풍우 치는 이런 시대, / 너무 멀리 나간다는 건 미친 짓이지만 / 우리는 노란 해바라기, 불타는 태양 / 달리는 풀잎처럼 변화를 향해 나아간다 / 눈을 찌르는 일광.’ 김상미 시인의 근작 <폭풍 속으로> 다. ‘1970년대 풍으로’라는 부제를 단 이 시는 하루 하루가 쟁투의 나날이었던지난 시절, 시인들이 누린 역설적 광영의 시간을 노래하고 있다. 폭풍>
우리 시와 시인들이 떠받치고 있는 시간의 축적물은 어떤 섬광이 돼 우리의 망막을 자극하고 있을까. 나름의 시각으로 그 문제에 답하는 책들이 나왔다.
<한국의 현대시와 시론> 은 우리 시문학 연구에서의 단절점을 주목한다. 먼저 자유시라는 새 문학 양식의 이론적ㆍ역사적 의의를 비롯해 김영랑 서정주 등이 달성한 상징의 체계를 점검한다. 언어 자체의 고유성을 파고 든 정지용 김춘수 시인에 대해서도 한 장을 할애한 뒤, 김수영의 시 세계를 중점 논의한다. 한국의>
스스로 암호 풀이 책을 마련해 둘만큼 언어에 대해 누구보다 깊은 인식에 도달한 시인이라는 문제 의식은 이른바 혁명의 시인이라는 통념 너머로 독자를 인도한다. 1970년대의 여성시, 80년대의 노동시, 90년대의 김지하에 대한 논의로 맺는다. 허윤회 지음. 소명출판.
<시를 써야 시가 되느니라> 는 미당이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펼치던 시절의 작품을 비롯해 정지용 백석을 포함한 현대시 100여 편에 대해 해설을 붙인 시 입문서다. 방민호 박현수 허혜정 등 시인ㆍ평론가이기도 한 현직 교수의 해설이 붙어 있다 이미지를 포식하지 말라, 리듬에 주목하라 등 실제적 시작법을 시인들의 시에 적용 설명한다. 예옥. 시를>
2000년대 시인들의 작품을 집중 분석 대상으로 한 평론집 <낯선 피의 침입> 은 현재성이 돋보인다. 신예 비평가 장석원(38)이 낯선 것을 거부하는 시는 도태될 것이라는 입론 아래 구체적 시 읽기를 시도한다. 낯선>
지난해 발표된 시에 대한 평과 함께 진은영 이태선 이근화 등 신진 시인들에 대한 분석에 들어 간다. 최근 발표된 시집들에 대한 나름의 독법으로, 저자는 “시인들의 언어를 즐기면서, 시의 넓고 높고 깊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서정시학.
한편 시인들이 함께 만드는 <계간 시평> 봄호(제 27호)는 <게를 잡다> 라는 제호 아래 신석정 탄생 100주년, 노천명 사후 50주년 특집을 실었다. 게를> 계간>
자신의 정원에 깊이 묻혀 세상을 관조한 시인, 정반대로 친일 행적 등 세속의 길을 택한 시인으로부터 이 자본의 시대가 성찰해야 할 바에 대해 논했다. 또 이성선 친이정 기형도 등 자살을 택한 다섯 시인에 대한 시인들의 수상을 싣고, 죽음의 의미를 반추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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