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항 기지 주변 마을에 심한 악취를 풍기는 황갈색 이물질이 떨어져 소동이 벌어졌으나 이는 인근 양봉장에서 나온 벌들의 분비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한 주민은 27일 가게 앞에 세워둔 승용차 지붕과 창문에 좁쌀 크기만한 황갈색 이물질이 뿌려져 있고 심한 악취에 나서 깜짝 놀랐다. 그는 “2, 3㎞ 떨어진 군용 비행장을 오가는 수송기들이 오물을 투척하는 것”이라며 시청과 언론사에 알렸다.
그러나 악취를 풍기는 이 물질은 야산 기슭에 있는 양봉장의 꿀벌 배설물로 밝혀졌다. 이 마을에 사는 이 모(82)씨는 “봄이면 벌들이 나와 한번씩 배설을 한다”며 “길게는 20일 이상 계속되는데 냄새가 지독하다”고 말했다. 이씨의 말대로 양봉장 마당에 주차된 승용차, 그리고 주변 지붕과 장독대에는 상태가 더 심했다.
한국양봉협회 최규칠 사무총장은 “겨울철 벌집에서 생활하던 벌들이 따뜻한 날씨로 예년(3월 중순)보다 일찍 벌통 밖으로 나오면서 노폐물을 배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벌들은 멀리 반경 2㎞까지 이동하지만 꿀과 꽃가루를 주로 먹어 배설물에는 독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 관계자는 “국군이든 미군이든 전투기와 헬기에는 오물 용기가 없고 수송기의 경우 용기에 담아 기내에 보관했다 착륙 후 처리한다”고 말했다. 2001년 김포공항 주변에서 비슷한 소동이 발생했으며 앞서 1994년에는 서울지방항공청이 4개 기관에 이물질 분석을 의뢰해 꿀벌 분비물이라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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