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ㆍ의회) 전체회의가 5일부터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개막, 전년 대비 17.8% 증가한 국방비를 포함한 예산안과 각종 법률 제ㆍ개정안을 심의 확정한다고 중국 당국이 발표했다.
장언주(姜恩柱) 전인대 대변인은 4일 “16일까지 진행될 전인대는 전년 대비 529억위안(6조1,000억원) 증가한 3,509억 위안(41조원ㆍ450억달러 규모) 규모의 국방비 예산안을 심의한다”고 밝혔다. 1995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이뤄진 이번 증액은 일본의 올해 국방비 예산인 453억 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며, 올해 4,010억 달러를 책정한 미국의 10분의 1 규모다.
장 대변인은 “전체 예산 중 국방비 비중은 7.5%로 최근 추세를 유지했으며 이는 국가방위의 허약한 부분을 보충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이 국방비를 다른 예산에 교묘히 감추고 있거나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에 이어 중국을 방문 중인 존 네그로폰테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중국의 예산안 발표 직후 “미국은 중국의 국방비가 실제 얼마나 늘어났는지보다 그 돈을 어떤 의도로 사용하는지에 더 큰 우려를 갖고 있다”며 다시 한 번 중국 군비증강 계획의 투명성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다.
장 대변인은 또“사유재산 보호를 내용으로 하는 물권법은 공공과 민간의 부동산을 동등하게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해, 보수파의 반대에 불구하고 이번 전인대에서 이 법률이 통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3일 중국의 국정자문기구이자 공산당 통일전선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제10기 전국위원회 5차회의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등이 참가한 가운데 시작됐다.
한편 암을 앓고 있는 황쥐(黃菊) 부총리가 정협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아 그의 신병이상설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초 암 수술 전부터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던 상하이방(上海幇) 출신의 황 부총리는 수술 후 간헐적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였다가 지난해 9월 천량위(陣良于) 상하이시 서기 축출 이후 부패 연루설에 시달려왔다. 황 부총리는 정치국 상무위원으로서는 유일하게 4일 발표된 전인대 주석단 및 비서장 명단에서 제외됐다.
미국 등은 중국 국방비가 다른 예산에 교묘히 감춰져 있거나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베이징=이영섭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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