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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선 정관개정 실패… 현대그룹 경영권 갈등 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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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선 정관개정 실패… 현대그룹 경영권 갈등 재연

입력
2007.03.05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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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상선이 정관변경을 통한 자금 및 우호지분 확보 추진에 나섰다가, 현대중공업 등 현 회장의 '시댁 회사'들의 집중 반대로 무산됐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 인수 등 그룹의 향후 사업 및 경영권 안정에 적신호가 켜졌다.

현대상선은 2일 서울 적선동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어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이사회 권한으로 주주 이외의 제3자에게 배정토록 하는 정관변경안을 상정했지만, 통과에 실패했다.

노정익 현대상선 사장은 이날 "세계 주요 해운회사간 지분교환과 전략적 제휴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자사주가 없는 현대상선이 새로운 협력 파트너를 물색하려면 제3자에게 BW이나 CB를 발행하고 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정관개정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17.60%), 현대삼호중공업(7.87%), KCC그룹(5.98%) 등 주요 주주들은 "새 정관이 기존 주주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0.3%가량의 지분을 보유한 소액 주주들도 반대세력에 가세했다.

이처럼 반대의견이 3분의 1을 넘어서자, 노 사장은 정관변경안을 표결에 부치지 않고 부결시켰다. 정관변경안은 이날 참석한 주식수(전체 주식의 96.13%)의 3분 2가 찬성해야 하는 특별 결의사항이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그룹 우호지분은 현대엘리베이터(18.72%), 현 회장 일가(3.24%) 등 43%. 반대파인 현대중공업 KCC 등의 31%보다 10% 이상 앞서고 있다. 따라서 이날 정관안 부결에도 불구하고 현대상선의 경영권 방어에는 당장 별 문제가 없다.

문제는 이날 주총에서 그 동안 반대파로 분류되지 않았던 현대백화점(2.2%)과 소액 주주들마저 정관변경을 거부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현 회장의 경영권을 현대가문내 친(親)중공업세력이 똘똘 뭉쳐 견제하기 시작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노 사장은 "주요 주주와 소액 주주들의 이해를 구한 뒤 추후 다시 정관변경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지만, 이번 일로 현대그룹측은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그룹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KCC도 제3자 배정방식을 도입하고 있으면서 정관 변경을 부결시킨 것은 의도적인 반대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측은 "BW이나 CB의 발행요건이 너무 모호해서 반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쨌든 이번 사태로 현대상선은 국제 해운시장에서 지분제휴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제동이 걸린 셈이 됐다. 나아가 이날 주총 결과는 현대그룹이 앞으로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대건설 인수가격이 7조원 이상 될 것으로 보여, 현대그룹의 자체 자금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전략적, 재무적 투자자 유치가 불가피한 상황. 그렇지만 현대백화점까지 포함하는 친중공업 세력은 물론 소액주주까지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시도를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앞 길이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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