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포스코는 1월 이사회에 주당 8,000원의 배당금을 지급하는 안을 상정했다가 한 사외이사로부터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배당금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사외이사 수가 9명으로 사내이사(6명)보다 많은 포스코에서는 사외이사들의 반대가 가벼운 일이 아니다. 사측이 사외이사들을 설득하느라고 이날 이사회에서는 뜨거운 논쟁이 붙었다.
#2 ㈜한화 사내이사들은 지난해 6월 열린 긴급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로부터 “주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해 있다”는 질책을 들었다.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와 관련, 예금보험공사가 이의를 제기하며 국제상사 중재를 신청키로 한 뒤 주가 하락이 이어지자 사외이사들이 나서 회사의 적극 대응을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사외이사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간 회사 안건에 무조건 찬성하는 ‘거수기’로 불리던 사외이사들이 최근에는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기업의 시어머니’로 변신하고 있다. 사외이사들의 ‘반란’으로 요식 행위에 그쳤던 이사회가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기구로 격상되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최근 한 대기업 임원은 “최근 들어 사외 이사들이 이사회에 참석해 안건마다 비토를 하거나 꼼꼼히 따지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우선 최근 달라진 기업 경영환경 및 지배구조 변화는 사외이사의 역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오너 경영에 대한 문제점이 부각되면서 사외이사의 견제 역할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여기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주주총회에 참석해 이사회 결의를 문제삼고 주주대표소송까지 제기함에 따라 사외이사들의 이사회 비중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사외이사의 높아진 위상은 민영화한 공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이사회에서 먼저 감지된다. 공공성과 투명성이 강조되는 기업의 특성상 사외이사들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한 포스코나 이사회 중심의 글로벌 경영을 선언한 두산처럼 이사회가 실질적인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부상하는 곳도 있다. 사외 이사 비율이 70%에 달하는 SK㈜는 아예 이사회 사무국을 두고 사외이사들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한 대기업 사외이사는 “사기업의 경우 아직 친기업 성향의 사외이사들이 많지만 자칫 주주대표소송이라도 당할 경우 명예 실추 뿐 아니라 물질적 손해까지 볼 수 있어 아무래도 예전보단 신중을 기하게 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이사회 중심의 경영에 대한 문제점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의 경우 고객과 임직원,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을 고루 배려하는 균형적인 시각보다는 주주가치 극대화와 단기 성과에만 치중하는 경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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