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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윤 병장의 희생과 우리 사회의 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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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윤 병장의 희생과 우리 사회의 책무

입력
2007.03.05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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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파병 다산부대의 윤장호 병장이 자살폭탄 공격에 희생됐다. 2001년 9ㆍ11 사태 이후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한 이래 처음으로 전사한 장병이다. 첫 소식에 정치적 파장을 먼저 헤아린 것도 이런 상징성 때문이다.

그러나 아침 신문 1면에 실린 윤 병장의 듬직하고 맑은 모습에서 안타까움과 부끄러움을 함께 느낀다. 혼돈에 빠진 아프간과 이라크의 전쟁터에 장병 수천 명을 보낸 우리 사회가 그들의 안전을 진정 염려하고 돌봤는지 회의와 자책이 앞선다.

모질게 얘기하면 지금껏 희생자가 없었던 것은 하늘이 도운 것이라 할 만하다. 동의ㆍ다산 부대와 자이툰 부대가 모두 평화 정착과 재건을 돕는다는 파병 명분과는 동떨어지게 겹겹이 방호벽을 두른 기지에서 고립된 상태로 자체 경호에 주력한 덕분이다.

나름대로 악조건을 딛고 임무를 수행했으나, 큰 틀의 전쟁 상황이 악화하는 마당에 별로 할 일이 없는 형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때문에 숱한 파병국 가운데 한국은 드물게 희생자가 없었다.

윤 병장의 희생은 파병 장병들이 얼마나 위험한 임무에 헌신하고 있는가를 일깨웠다. 특히 일찍 미국에 유학한 젊은이가 특전사 복무와 해외 파병을 자원, 평소 소신대로 '조국을 위해 봉사하다' 목숨마저 바친 것은 말만 요란하게 애국과 국익을 논란하는 세태에 귀감이 됐다고 본다.

그러나 그의 헌신을 그저 찬탄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책무에 소홀한 것을 숨기는 위선이기 쉽다. 우리 사회는 파병의 당위성을 줄기차게 논란하면서도 정작 아프간 정세가 어찌 돌아가는지, 장병의 안위가 어떤 상태인지는 건성으로 지나쳤다. 이라크 전쟁으로 관심에서 멀어졌던 아프간의 상황은 이라크 개입 실패의 영향으로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체니 미 부통령의 아프간 방문도 탈레반 등 저항세력의 봄철 대공세에 직면, 파키스탄 등 동맹국과의 갈등을 수습하기 위한 것이다. 이념과 국익을 따지는 강파른 논란에 앞서 젊은 장병을 내보낸 전쟁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대응하는 것이 사회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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