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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교장 선생님의 힘

입력
2007.03.05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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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랴부랴 교복대책을 내놓았다. 학교마다 공동구매추진위를 설치토록 하고, 업체 담합조사에 필요한 5월까지 교복 착용을 늦추라는 내용이다. 일견 신선해 보였지만 사실은 7년 전부터 반복한 정책이다.

교육당국을 또 만만하게 도마에 올리자는 건 아니다. 시민단체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방안이 나온 이후 전국 5,000여 각급학교 중 고작 스무 곳만 이를 검토했다고 한다.

대부분 교장선생님의 말이 "권고일 뿐이니까"였단다. 최근 서울의 중학교장이 과감히 공동구매를 결정하니까 인근 학교에서 난리가 났더란다. "왜 혼자 잘난 척 하느냐"고. 이런 사례를 든 건 교장이 누구냐에 따라 교육환경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다.

교육법에는 교무를 통할하고, 교직원을 지도ㆍ감독하며, 학생을 교육하는 게 교장의 일이라고 돼 있다. 학교 관리ㆍ운영의 모든 책임과 권한을 틀어쥔 자리라는 뜻이다.

그러면서도 제도적으론 교내 권한 행사에 어떤 견제장치도 없고, 매사 지시나 감독을 받아야 할 조직상 상급자도 존재하지 않는다(유난한 사학재단에 속한 경우라면 다르겠지만). 모든 권한을 갖되 시시콜콜한 간섭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교장은 사회적으로도 매우 드문 직책이다.

● 교장의 교육의지가 가장 중요

그러므로 오랜 교직생활의 보상인 셈 치고 말년의 명예만 즐기고자 한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가끔씩 전교 조회시간에 몸 뒤틀리는 학생들 앞에서 고리타분한 장시간 훈화로 권위를 확인 받으며 뿌듯해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순간에 학교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것도 교장이다. 교육개혁이라고 하지만 거창한 국가정책 없이도 교장의 결심만으로 가능한 일이 대부분이다. 교육현안에 대한 작금의 논란에서 당국과 교사, 학부모들보다 더 중요한 인물이 교육현장의 구체적 변화를 당장 가능하게 하는 교장이다.

서울 충암고의 담임 선택제가 화제가 됐다. 찬반론이 분분하지만 분명한 건 교장의 판단과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교육실험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정부가 얼마 전 학교폭력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경찰, 경호업체까지 동원하겠다지만 실효성을 믿는 이는 별로 없다. 학교폭력은 학교가 제대로 나서기만 하면 상당 부분 해결될 일이라는 것을 다들 안다.

그저 쉬쉬하고 덮어두기에만 급급하다 보니 허구헌 날 이 모양인 것이다. 문제가 발생한 학급 담임을 질책할 게 아니라 도리어 문제를 적극 드러내고 해결하려는 교사를 격려하고 도움을 주려 한다면 효과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걸핏하면 입에 담는 학교명예라는 게 뭔가. 문제를 덮기보다 드러내고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학부모와 학생의 신뢰를 얻고 학교 명예를 높이는 길임을 정말 모르는 것일까?

부끄럽기 짝이 없는 촌지문제만 해도 그렇다. 일부 이기적인 학부모나 부도덕한 교사 탓을 하지만 근절책은 간단하다. 요즘 같은 학년 초나 곧 다가올 스승의 날에 교장이 학부모총회를 열거나 가정통신문을 보내 '촌지나 향응을 제공하지 말라.

요구하는 교사가 있다면 처벌하겠다. 촌지를 주거나 향응을 베푸는 학부모의 자녀는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것이다'라고 분명하게 경고하면 된다. 수도권의 중학교장이 이런 방식으로 일거에 맑은 학교를 만든 실례도 있다.

● 교육개혁의 최일선 인식 필요

교사의 잡무를 줄여 학생지도에 보다 전념케 할 수 있는 것도 교장이고, 교사들을 자극하고 긍정적 동기를 유발해 당장 현장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것도 교장이다.

20여년 전 뜻 있는 교사들이 노조를 결성했을 때 척결대상으로 지목했던 정권, 문교부, 대한교련 등의 권위적이고 반민주적 문화도 사실은 학교 현장을 통해 절절하게 체감한 것들이었다.

공교육 신뢰 회복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도 절박한 지금 교장 선생님들의 역할은 실로 막중하다. 명예직이 아니라 최일선 교육책임자로서의 인식이 교육개혁의 또 다른 핵심이다.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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