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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 12년만에 100만 관객… '명성황후' 국산 뮤지컬 새 장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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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 12년만에 100만 관객… '명성황후' 국산 뮤지컬 새 장 열었다

입력
2007.03.05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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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명성황후> (연출 윤호진)가 창작 뮤지컬로는 처음으로 관객 100만명을 돌파한다. 1995년 12월 초연 이후 12년 만의 대기록이다. <명성황후> 의 제작사 에이콤 인터내셔널은 “ <명성황후> 가 20일로 관객 99만명을 넘어섰으며 3월 1일 100만 관객을 돌파한다”고 밝혔다.

뮤지컬계는 <명성황후> 의 관객 100만 돌파에 대해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하면서 “창작 뮤지컬도 잘만 만들면 얼마든지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입을 모았다.

<명성황후> 가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창작 뮤지컬로는 드물게 12년간 동안 장기 공연했기 때문이다. 10년 이상 장수 작품은 뮤지컬의 본고장인 뉴욕 브로드웨이와 런던 웨스트엔드에서도 <캣츠> <오페라의 유령> <레 미제라블> <미스 사이공> 등 ‘빅4’를 포함해 10여 작품에 불과하다.

이들 해외 뮤지컬은 한 극장에서 정해진 기간 없이 계속 공연하는 ‘오픈 런’(Open Run) 방식으로 무대에 올랐지만 <명성황후> 는 전용관 없이 전국을 돌면서 달성한 기록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명성황후> 는 해외 공연도 활발해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를 비롯해 전 세계 28개 도시에서 모두 790회 무대에 올랐으며 약 6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19세기말 외세의 틈바구니 속에서 쇠락해가는 조선의 왕비로 간택된 민자영의 일생을 다루는 <명성황후> 는 연출가 윤호진씨가 제작비 12억원과 제작기간 4년을 들여 명성황후 시해 100주년을 기념해 95년 처음 무대에 올렸다. 소설가 이문열의 <여우사냥> 을 원작으로 연출가 김광림씨가 각색하고 양인자, 김희갑 부부가 노래 가사와 곡을 썼다. <명성황후> 는 한국적인 군무와 노래, 화려한 무대 의상과 회전무대를 이용한 빠른 장면 전환 등으로 처음부터 관객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뮤지컬의 신화를 이룬 것과는 별개로 작품성에 대해서는 다소 엇갈리는 평가가 존재한다. <명성황후> 가 지닌 ‘한국의 역사적 특수성’이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작품성과는 별개로, 명성황후를 역사적으로 지나치게 미화했다고 꼬집는다.

공연기획사 ㈜쇼팩의 송한샘 대표는 “뮤지컬 <에비타> 가 아르헨티나의 정치적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퍼스트 레이디가 아닌 인간 에바 페론의 욕망과 사랑, 좌절을 내밀하게 그려 세계적인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었던 반면 <명성황후> 는 그런 보편성이 다소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명성황후> 역시 한 개인과 국가의 역사적 비극을 소재로 했기 때문에 보편적 감동을 끌어낼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호진 대표는 “<명성황후> 는 공연 때마다 내용과 볼거리 등을 수정, 보완했다”며 “그래서 초연 때 보고 최근 다시 본 관객들로부터 작품이 많이 바뀐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그 같은 보완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 <명성황후> 의 연출자 윤호진씨 인터뷰

“<명성황후> 의 작품성이 입증된 만큼, 내년에는 일본과 중국으로 진출하겠다.”

<명성황후> 의 연출가 윤호진(59) 에이콤 인터내셔널 대표는 <명성황후> 가 창작 뮤지컬로는 최초로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한 것에 대해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며 “푸치니의 오페라처럼, 100년 후에도 공연되는 명품 뮤지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2년째 공연인데 인기가 여전하다.

“재미보다 깊이 있는 감동을 주려 했다. 역사 문제를 다루고 교육적인 측면이 있어 부모, 자식이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이다.”

-100만 관객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뮤지컬의 저변이 확대됐고 우리나라도 문화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제작 당시 주변의 평가는 어떠했나.

“다들 그만 두라고 성화였다. 82년 영국에서 뮤지컬 <캣츠> 를 보았을 때 ‘뮤지컬이 앞으로 공연 시장을 점령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뉴욕으로 건너가 뮤지컬을 공부했고 그 의지를 현실로 보여주고 싶었다.”

-공연하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초연 때였다. 95년 10월 8일로 오프닝을 잡았는데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연기했다. 12월 30일에야 겨우 막을 올렸는데 연장 공연까지 갈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극적 풍부함이 부족하고 노래 가사가 직설적이란 비판이 있다.

“<명성황후> 는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공연 때마다 무당 굿과 무과급제 장면 등을 추가해 극적 재미를 보완했다. 역사, 정치적 사건을 다루기 때문에 노래 가사를 시어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백성이여, 일어나라’는 외국에서 러시아 혁명가나 프랑스 국가 같은 웅장한 곡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해외 진출로 수익은 있었나.

“미국, 영국 공연에서는 손해를 보았다. 작품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캐나다에서는 이익을 냈다. 내년에는 일본과 중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2009년 안중근 의사 서거 100주년을 맞아 <안중근> 을 제작할 계획이다. 이번에도 친구인 작가 이문열에게 써달라고 부탁했다. 안 의사와 이토 히로부미가 대동아공영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았는지를 그리고 싶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 국내 창작 뮤지컬의 현재

<명성황후> 의 100만 관객 돌파를 계기로 창작 뮤지컬의 성공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대장금> <댄싱 섀도우> 등 제작비가 50억원에 달하는 대형 창작물이 선보일 예정이어서 창작 뮤지컬과 수입 뮤지컬 간에 치열한 대결이 예상된다.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공연된 뮤지컬은 총 115편이며 이 중 창작물이 74편(64%)을 차지, 창작 뮤지컬이 활발하게 제작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통계 수치에 감춰진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복잡해진다. 지난해 500석 이상의 중대형 극장에 오른 작품 중 62%가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인 반면, 500석 미만의 소극장에 오른 작품은 78%가 창작 뮤지컬이고, 그 가운데 절반이 200석 미만의 극장에서 공연됐다.

창작 뮤지컬은 대부분 제작비 5억원에 300석 미만의 극장에서 공연된다. 이는 관객들이 해외에서 이름을 날린 유명 라이선스 작품을 선호하며 그것을 좇아 대형 극장들도 라이선스 작품을 우선적으로 무대에 올리려 하기 때문이다.

제작비 5억원을 들여 지난해 6월 250석 규모의 소극장 무대에서 출발한 <김종욱 찾기> 의 제작사 CJ엔터테인먼트의 한소영 공연제작팀장은 “우리는 20~30대 여성을 타깃으로 삼은 전략이 주효, 비교적 좋은 성과를 올렸으나 규모가 비슷한 창작물 대부분은 인지도가 낮고 특히 초연작은 검증이 안됐다는 이유로 관객의 외면을 받는다”고 안타까워 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다양한 창작물이 속속 제작되고 있어서 올해가 뮤지컬 산업 발전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국내 뮤지컬 시장이 산업적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선진 뮤지컬 시장의 분석이 선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김종욱 찾기>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컨페션> 등 소극장용 창작물은 대중성을 지향하고 <명성황후> <태풍> 등 대형 작품은 실험성과 예술성을 시도하는 반면, 미국은 소극장에서 실험 작품을 올리고 품을 올리고 대극장에서는 대중작을 공연한다. 이런 상황에 대한 면밀한 연구 분석을 통해 창작 뮤지컬의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회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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