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판 노점상을 보면 으레 영세 상인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니 겉보기와는 달리 부자가 많았다.
6억원 이상의 부동산을 가진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 28명이나 됐고, 3,625명 가운데 절반 이상은 집 1채 이상을 갖고 있었다. 가판점 중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국가유공자가 운영하는 곳은 736곳(20.3%)에 불과하다. 부동산 보유 현황만 파악됐기 때문에 금융자산이 얼마인지 알 수도 없다.
서민으로 볼 수 없는 이들 자산가들이 버젓이 가판대를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서울시의 방만한 행정 덕분이다. 서민 생계 지원이라는 명분 아래 1970년대 이후부터 불법 노점상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2001년부터 일정한 자격기준 없이 운영권을 주고, 매년 연장해 준 것이다.
이를 지적하자 시 관계자는 오히려 “노점상이라고 꼭 가난해야 하나. 원래부터 자산을 많이 가질 수도 있고, 한푼 두푼 모아 부자가 될 수도 있지 않나”며 오히려 성을 냈다.
“그러면 부자가 된 노점상에게는 운영권을 주지 않아야 하지 않느냐”는 말에 대해서 그는 “2001년 당시에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할 상황이 아니었고, 현재 노점상도 52%가 명의변경을 한 사람들”이라고 답했다.
이런 해명은 결국 서울시 스스로 노점상 정책이 없었음을 자인하는 것과 다름없다. 사회적 약자에게 돌아가야 할 자산이 엉뚱한 사람들에게 넘어가 그들의 배만 불리고 있었는데 시는 그러한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든가, 알고도 방관했든가 둘 중의 하나이다.
뒤늦게나마 시는 가판점 운영 자격조건을 사회적 약자 등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관련 조례를 올 상반기에 개정한다고 하니 다행이다. 앞으로 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과거 노점상 정책의 허점부터 살펴봐야 한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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