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논란 속에 속등해온 중국 증시가 27일 10년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2,771.79로 8.84% 하락했고, 선전 성분지수는 7,790.82로 무려 9.29%나 대폭락했다. 이날 하락 폭은 1996년 중국 증시가 하루 최대 하락 폭을 10%로 정한 이후 최대폭이다. 800개가 넘는 종목들이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했고 블루칩인 은행, 철강, 자동차 종목도 예외 없이 폭락했다.
중국 증시의 폭락 여파로 홍콩 항셍지수가 전날보다 1.75% 하락한 것을 비롯, 한국(-1.05%) 일본(-0.52%)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휘청거렸다. 일부에서는 “중국 증시 하락이 글로벌 증시 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왔다.
이날 중국 증시는 하루전 춘제(설날) 연휴가 끝난 뒤 상하이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3,000을 돌파한데 힘입어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그러나 장 중 위안화 절상과 금리 인상 우려가 확산된데 이어 거품 논란까지 재연되면서 폭락세로 돌변했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장은 이날 한 홍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동성을 억제하고 있는 중이며 금리 인상이 그 방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인상될 경우 중국 증시를 떠받쳐온 유동성이 위축될 것이란 점이 투자가들을 위축시켰다”고 분석했다. 모종의 조치가 내려질 수 있는 내달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을 앞두고 펀드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주가가 폭락했다는 분석도 있다.
앞서 중국 인민은행은 25일부터 상업은행 지급준비율을 0.5% 포인트 인상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이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지준율 인상에 비교할 수 없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증시는 당분간 롤러코스트를 탄 듯한 급등락을 계속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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