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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여론조사의 효용과 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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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여론조사의 효용과 남용

입력
2007.03.05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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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틀이 멀다 하고 언론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각종 여론조사의 결과를 접하고 있다. 특히 올해 말 대선을 앞둔 이 시점에서 예상되는 대통령 후보 및 정당 선호도 조사 결과는 정당별 후보 결정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모두가 예의 주시하면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치 관련 여론조사는 그때그때 등장하는 사회적 관심사에 대한 민심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다. 사회조사는 여론을 알아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학문적으로도 과학적 사회과학 방법론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조사는 대부분 질문지와 같은 조사도구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데 사회현상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이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같이 유용한 도구임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는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리그릇 다루듯 매우 조심스럽게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론조사는 대부분 표본조사에 의해 이루어진다.

표본조사에서는 모집단의 대표성을 갖는 표본을 추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표본은 일정 범위의 표본오차를 갖게 되는데 이를 무시하고 표본분석의 결과만을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2002년에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의 후보단일화를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지지율을 단순 비교하여 높은 쪽으로 결정하겠다고 합의한 것은 오용(誤用)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자료수집방식도 간단치 않다. 지금 국내 여론조사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방법은 전화조사이다. 그러나 전화조사는 편의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추출된 개별 표본에 대한 접근성이 동일하지 않다. 즉 특정 속성을 가진 층은 쉽게 접근되지 않는다. 성별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연령별로도 다르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대상자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겠지만 이 방법 역시 어려움이 많아 아직 연구단계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 또한 최근에 활용도가 높아진 인터넷조사의 경우 인터넷 사용층이 성별, 연령 및 교육수준별로 편향되어 있어서 대표성을 갖는 표본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질문은 특성상 간결한 형식으로 주고, 또 응답도 대부분 자유응답이 아닌 제한된 수의 선택지를 주어 고르도록 하고 있다. 응답자의 생각에 '가장 가까운' 것을 고르는 것이다.

그러나 특정 응답선택지에 동의하기는 하지만 어떤 선결 조건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예컨대, 금년 초 노 대통령이 대통령 임기제 개헌안 발의 의사를 밝혔을 때 다수의 국민들이 4년제 연임안이 일리가 있지만 지금은 논의 시기가 아니라는 복합적인 의사를 표시한 바 있다.

또한 질문을 구성하는 언어의 표현방식에 따라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응답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

어떤 정책결정을 내릴 때 여론조사의 결과를 참고로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스러우나 이를 절대적 기준으로 삼아 중요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통계처리하여 숫자로 나타낸 조사결과는 숫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에 대한 해석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숫자 속에 포함되어 있는 뜻을 잘 새겨야 하리라 본다. 각종 정치 관련 여론조사의 결과가 봇물처럼 쏟아질 올 한 해, 이와 같은 방법이 남용되어 여론이 오도(誤導)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홍두승ㆍ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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