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한금융지주의 LG카드 인수 자금은 약 72억 달러(6조7,000억원)이었다. 반면 HSBC가 2002년 멕시코의 자산 규모 5위 은행 그루포 피난시에로 비탈의 지분 79%를 인수하는 데 든 비용은 11억 달러에 불과했다.”
한국은행은 1일 ‘주요 선진국 은행의 해외 진출 경험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외환위기 이후 은행간 인수ㆍ합병이 활발히 이뤄져 이미 산업집중도가 크게 높아진 만큼 추가합병 등을 통한 국내 시장점유율 높이기 경쟁만으로는 조만간 성장의 한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HSBC와 UBS, ABN암로 등이 세계적 은행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1990년대 후반 이후 협소한 국내 시장을 벗어나 세계 시장으로 적극 진출한 결과”라며 “국내은행의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위해 감독당국은 관련 규제를 과감히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국내 대형 은행들도 이미 규모나 자금 조달 면에서 외국 금융기관 인수가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며, 그 근거로 스탠다드차타드가 제일은행을 인수할 당시 총 자산 규모는 1,417억 달러였으며, 이 규모는 당시 국내 최대 은행의 총자산 1,766억 달러의 80%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정대영 금융안정분석국장은 “스위스가 본사인 UBS의 해외자산은 스위스 국내총생산(GDP)의 3.9배에 달하고, ABN암로는 네덜란드 GDP의 1.1배, HSBC의 해외자산은 본사인 영국GDP의 38.7%에 달하지만, 국내 모든 은행의 해외자산을 합쳐도 GDP의 3.5%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은행이 우물안 개구리를 벗어나 덩치에 걸맞은 세계적 은행으로 발돋움하려면 감독기관이 해외진출 은행에 대한 자격요건 심사를 완화하는 등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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