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오래 기다렸어요.” 26년 만에 처음 건넨 서툰 한국말을 아버지가 알아듣지 못하자 입양아 아들은 또박또박 다시 한번 힘주어 말했다.
한국계 입양아 출신의 미국 모굴스키 스타 토비 도슨(29ㆍ본명 김봉석)은 28일 오전 11시15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7층 가네트스위트룸에서 친부 김재수(52ㆍ시외버스 기사)씨와 동생 현철(24)씨를 만나 감격의 포옹을 나눴다. 기자회견장에 먼저 나타난 도슨은 얼굴에 홍조를 띤 채 연신 물을 들이키는 등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아버지 김씨를 보자 미소 띤 얼굴로 얼싸 안았다.
“아버지를 만나면 왜 날 잃어버렸는지, 오랫동안 열심히 찾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고 했던 도슨은 막상 아버지가 눈물을 멈추지 못하자 “당신은 강한 분이에요. 오늘은 기쁜 날이니 울지 마세요”라며 달랬다. 도슨은 “당시 생계로 어려웠던 아버지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아버지를 원망하러 한국에 온 것이 아니라 앞으로 입양아를 돕는 등 더 나은 삶을 꿈꾸러 왔다”고 말했다.
다부진 체격과 거무스레한 얼굴, 옆얼굴을 덮은 구레나룻까지 똑 같이 닮은 김씨 부자는 서로의 얼굴을 매만지며 뜨거운 골육애를 확인했다. 도슨은 “내 구레나룻이 어디서 왔는지 궁금했는데 아버지의 구레나룻을 보니 알 것 같다”며 “아버지에 비하면 내 것은 아기 구레나룻”이라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아들의 얼굴만 바라보던 김씨는 “봉석이가 세 살 때 밥상 위에서 넘어져 왼쪽 눈썹 끝에 상처가 생겼다”며 아들의 눈가를 어루만졌다.
아들을 잃어버린 지 2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호적에 아들 이름을 올려둔 김씨는 “잘 자라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길러주신 양부모님께 더욱 잘 하길 바란다”고 당부했고, 도슨은 “미국 가족과 다 함께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며 화답했다.
도슨은 1981년 부산 범어동 중앙시장에서 어머니를 잃어버린 뒤 사회복지관에서 ‘김수철’이라는 이름으로 생활하다 82년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인 스키강사 부부에게 입양됐다.
그는 지난해 토리노 동계올림픽에 미국대표로 출전해 프리스타일 모굴에서 동메달을 땄고,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에서 입양아들을 위한 ‘토비 도슨 재단’ 설립을 준비 중이다. 도슨은 홀트아동복지회, 제주중문골프장 등을 방문한 뒤 4일 출국할 예정이다.
이현정 기자 ag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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