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부는 조합원들의 ‘밑바닥 목소리’와 학부모의 ‘쓴 소리’에 귀 기울여 왔습니까.”
26일 오후9시를 넘긴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사조리조트 대강당. 정진화 위원장 집행부 출범 이후 첫 전국교직원노조의 전국 대의원대회가 열린 지 8시간이 지났지만 상정된 10개 안건 중 겨우 세 번째 안건이 논의될 정도로 내부 토론은 길고도 격렬했다.
회의 도중 잠깐 회의장 밖을 나온 한 대의원은 ‘전교조의 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조합원 수는 지난 한 해 동안 4,000명이 줄었죠. 집회에 나가 보면 ‘또 너희냐’는 눈총에 시달리죠”라고 덤덤하게 답했다.
전교조는 ‘조합원 감소’라는 내우(內憂)와 강경 일변도의 투쟁에 따른 대외 이미지 추락이라는 외환(外患)에 시달리고 있다.
대회장 안팎에선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법은 ‘내부 소통’에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한 교사는 “교육 현장의 말을 집행부가 귀담았다면 지금의 위기가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성과급 반환이나 연가 투쟁만 봐도 많은 조합원들이 여론의 역풍을 우려했지만 그대로 강행됐다. “최고 의결기구를 대의원대회가 아닌 조합원 총투표로 바꾸자”는 소리는 밑바닥 정서를 반영하라는 압력과 다름없다.
대회는 27일 새벽 4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출범 18주년을 맞은 전교조는 조만간 ‘성년’이 된다. 성년맞이 특별 사업도 준비중이다. 긴 토론에서 쏟아져 나온 고언대로 전교조가 학생과 학부모의 말을 귀담아 듣고, 교육 현장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원기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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