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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5세 여성이 문학시장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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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5세 여성이 문학시장 움직인다

입력
2007.02.26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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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릿(chic lit)을 잡아라.’ 젊은 여성(chic)들을 위한, 그녀들의 문학(literature)이 21세기를 호령할 태세다.

문학ㆍ출판계가 그 같은 변동상에 감응하고 있다. <내 이름은 김삼순> <브리짓 존스의 일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등 젊은 여성들 사이에 인기를 끈 영상물의 성공에서 확인되는 추세에 대한 문학의 대응이다. 신간 일본 소설은 보다 직설적이다. <워킹 걸 워즈> . 매일 전쟁 치르듯 살아 가는 30대 전후의 여성 직장인들을 속도감 있게 그린 소설이다(랜덤하우스).

성균관대 국문과 천정환 교수는 계간 <세계의 문학> 을 통해 “25~35세의 비물질 노동 종사 여성들은 문화적 소비에서 일종의 전위 부대”라며 “지난해 출판계 전체의 화두였던 칙릿은 향후에도 한국 소설의 유력한 독자층으로 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층 계급 및 남성 독자의 상당 부분이 소설 독자에서 이탈한 현재, 순수ㆍ대중의 장벽을 허물며 21세기 초 문화계의 화두로 등장한 칙릿 층은 고학력 중간층이라는 외형적 공통점을 지닌다. 천 교수는 그러나 “그들의 상당수는 불완전 고용 상태에 놓여 있다”며 그들의 현실적 입지를 외면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고학력 전문직이지만 사실상 직종 내부에서 성별로 분업화하고 저임금과 비정규직으로 차별화한 노동에 투입되기 십상인 현실을 가리키는 말이다.

노동과 소비의 불일치, 출신 계급(부모의 계급)과 소속 계급(자신의 현실)의 불일치 등 현실에서의 이중적 지위가 따라서 엄존한다는 지적이다. 본디 근대 소설의 가장 중요한 독자층이었던 여성 중간 계급과 여학생 층은, 최근 가족과 결혼의 문제에서 결정권이 강해짐에 따라 더욱 큰 지분과 역할을 부여받게 됐다는 것.

천 교수는 “성공한 대중 소설은 독자의 취향과 의식의 평균치에 대해 과감히 도발하는 소설”이라며 관련 작가의 분발을 촉구했다. 그는 <나의 달콤한 도시> 에 대해 “TV나 영화 같은 데서 심심찮게 본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한 네티즌의 서평을 인용, 기시감과 상투성을 극복할 것을 작가들에게 요청했다. 천 교수는 서사가 매우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상식을 비트는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 는 성공한 작품에 속한다고 평했다.

천 교수는 “1990년대 이후 문학 독자의 재생산 구조는 상당히 달라졌다”며 “소설의 전통적 독자가 이탈하고 재구성되면서 우리 눈앞에서는 문명사적 전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2000년대 한국 소설의 독자를 주제로 펼쳐진 논의에서 천 교수는 “하위 계층과 젊은 세대는 블로그와 UCC 등 인터넷을 통한 산 지식 습득과 향유에만 집중, 독서 문화에서 이탈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이들이 문학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우리 문학의 미래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립국어원은 최근 문화 지형도를 바꿔 놓고 있는 칙릿을 ‘꽃띠 문학’으로 부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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