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은행들이 과다 수수료로 번 돈으로 보너스 잔치를 하다 ‘소비자 반란’에 부딪혔다. 소비자 저항이 확산되고 공정거래위원회(OFT)까지 나서면서 은행권은 주된 수입원이던 수수료에 되려 발목을 잡혔다.
일간 인디펜던트는 이들 은행들의 수수료 징수가 불법으로 결론 내려질 경우 바클레이즈, HSBC, 로이즈TSB 등 대형 은행들은 지난 6년간 고객에게 물린 121억달러를 반환해야 할 것이라고 26일 보도했다. 이 돈은 지난해 은행업계 이익 784억달러의 20%나 되는 거액이다.
영국 은행들은 고객에게 계좌 유지를 위해 최소 잔고를 요구하고 있다. 거래 중 이를 어겨 당좌대월 한도를 초과하거나 부도수표를 발행하면 위약금 명목으로 수수료 60~80달러를 부과한다.
하지만 현행법상 은행들은 실거래 비용을 넘는 수수료를 받을 수 없고, 또 수수료로 이윤을 취할 수도 없다. 은행의 실제 위약 수수료 비용은 9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구조 때문에 불과 몇 달러만 연체해도 은행은 고객에게 실비용의 8배에 달하는 위약금을 부과해 부당이득을 취해왔다. 크레딧 스위스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같은 수입은 연간 23억5,000만달러에 달하지만 30억~93억달러에 이른다는 추정치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OFT는 신용카드 업계의 유사한 관행에 대해 수수료는 24달러를 넘을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번에도 OFT는 수주 내에 비슷한 결정을 내려 은행권에 수수료를 반환하라는 주문을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영국 소비자보호법은 6년 소급 소송을 허용하고 있어 이 경우 은행들의 반환금은 141억달러에서 최대 560억달러에 이를 것이란 예상이다.
이번 소비자 반란은 최근 은행들의 실적 잔치가 여론을 자극하면서 확대됐다. 영국 5대 은행의 지난해 이익규모는 전년보다 12% 증가한 220억달러를 상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대 모기지 은행 HBOS는 직원 5만명에게 약 5,000달러씩 돌아가는 보너스를 지급키로 해 여론의 분노를 샀다. 인터넷에 개설된 은행의 부당한 관행 고발사이트에서 수수료 반환용 서류를 다운로드 받은 소비자는 25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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