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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시민운동가 15명 '헌법 다시 보기'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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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시민운동가 15명 '헌법 다시 보기'출간

입력
2007.02.26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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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헌법을 개정하자는 시민사회의 논의가 처음 책으로 묶여 나왔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시민행동)이 2년간의 준비를 거쳐 출간한 <헌법 다시 보기> (창비 발행)가 그것. 헌법학과 정치학을 비롯해 철학 사회학 여성학 평화운동 환경운동 등의 학계 인사와 시민운동가 15명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시민행동 정선애 정책실장은 “개헌을 권력구조 뿐만 아니라 다양한 논의를 담아내는 큰 틀로 바라보고자 했다”고 책 기획 취지를 설명했다.

박명림(연세대) 교수는 민주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탈당, 여소야대 등 권력 왜소화 현상이 반복되는 책임을 현행 헌법체제에 묻는다. 박 교수는 “87년 헌법은 시민사회가 배제된 채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정치세력 간 정략 협의로 개정된 근시안적 헌법”이라며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 주기가 어긋나는 것이 단적인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차기 헌법에는 사회적 의제가 충실히 반영돼야 한다”면서 논의 시작단계부터 시민사회 단체의 참여를 보장하는 3단계 개헌 방식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그 진의야 어떻든 대통령이 적절한 시점에서 개헌을 제안한 것”이라 평가하면서 “대통령 임기는 4년 중임제로 하고, 대선에 정ㆍ부통령제와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철학을 전공한 홍윤기(동국대) 교수는 사법 권력의 비대화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홍 교수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헌법재판소가 선출된 권력인 대통령의 정책을 일순간에 뒤집는 막강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이를 ‘헌법쇼크’라고 표현했다.

그는 대안으로 헌재는 물론, 입법 사법 행정 등 모든 국가권력 기구와 정책 조직에 ‘시민 심의’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홍 교수는 “폐쇄적 국가 정체성에 기반한 현행 헌법은 지구화ㆍ정보화ㆍ생태화 등의 사회 변화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며 헌법조항의 주어를 ‘국민’ 대신 ‘시민’으로 바꿀 것 등을 주장했다.

여성학자 정희진씨는 헌법 주체인 ‘국가’가 남성 비장애인 이성애자의 국가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일례로 ‘누구든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해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않는다’는 조항에 대해 정씨는 “여성 장애인 등이 국방의 의무를 지는 방법을 정하지 않아 이들을 ‘2등 시민’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개정을 촉구했다.

NGO 전문가 김상준(경희대) 교수는 시민사회가 공공의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시민의회’ 제도를 헌법에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헌법 전문가로 집필에 참여한 정태호(경희대) 교수는 “헌법학의 틀 속에서 개헌 문제를 보다가 다양한 관점을 접해보니 헌법이 반영해야 할 의제들이 다양함을 새삼 느꼈다”며 이번 작업의 의미를 부여했다.

시민행동 오관영 사무처장은 “좋은헌법만들기국민운동, 대화문화아카데미 등에서도 시민사회 차원의 개헌 논의가 진행 중”이라면서 “정치권의 개헌 논란에서 한발 비켜서 장기적 관점을 갖고 중지를 모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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