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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의 길 위의 이야기] 의사가족(pseudo-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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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의 길 위의 이야기] 의사가족(pseudo-family)

입력
2007.02.26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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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환수술을 한 연예인이 곧 결혼한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기다렸다는 듯 이런저런 악플들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악플의 내용을 차근차근 읽어보니 거의 다 저급한 부부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런 악플을 다는 친구들의 뇌엔 도대체 무엇이 들어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도 우리 사회 무의식 속에 알게 모르게 침윤되어 있는 가족이란 개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혈연과 성차에 의해 구성된 우리네 가족은, 아버지와 어머니로 대표되는 상징권력에 의해 철저히 훈육되고, 국가 이데올로기를 체득하는, 전진기지의 장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 가족 안에서 윤리는 거처할 곳을 찾지 못하고 떠돌기 일쑤이며, 단독자란 개념은 아예 존재할 수도 없게 된다. 그래서 가족을 또 하나의 민족, 또 하나의 국가라고도 부른다.

타자가 숨을 곳이 없다는 뜻이다. 가족, 다 좋다. 그러나 가족이라고 해서 무조건 혈연이나 섹스로만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동성간의, 혹은 이성간의 우애로도 가족은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러한 의사가족들은 혈연은 없지만, 그래서 억압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이 의사가족들을 이제 주목할 때가 됐다. 어쩌면 우리의 미래가 여기 숨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소설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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