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긴 겨울이 지나가고 국토의 남쪽에서부터 꽃소식이 들려오는 2월의 끝자락이다. 이제 곧 학교에서는 새 학년이 시작된다. 처음으로 학교에 가는 초등학교 입학생부터 사회로 진출하기 위해 막바지 준비를 하는 대학 졸업반 학생에 이르기까지 모든 학생들의 새로운 각오와 설레임으로 교정은 가득 찰 것이다.
● 학생들 협력학습 OECD 최하위권
새 학년은 해마다 시작되지만, 새 대통령을 뽑는 올해는 다른 어느 해보다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찬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교사나 학생 모두의 생각이나 역량이 더욱 커지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교사나 학생 모두가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세계사에 우뚝 설 우리의 미래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동안 우리는 자신의 '그릇'을 채우기에 급급한 나머지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것에 소홀하였다. 예컨대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최상위권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학생들 간의 협력학습은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자기 성적을 높이는 데만 관심이 있었지, 더불어 살아가야 할 동료 학생들에게는 무관심했던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 간의 배타적인 경쟁은 최상위권이지만, 교사들 간이나 학교들 간의 건설적인 경쟁은 최하위권이라고 할 수 있다.
모두가 국경 없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살아가는 요즈음에도 교사평가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는 교사들이 있는가하면, 학교 간의 차이가 천차만별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그 차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을 정도이다.
교육의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학생 개개인의 생각이나 역량을 신장ㆍ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학생들 간의 경쟁보다, 교사들 간이나 학교들 간의 경쟁이 더욱 중요하다. 학생들 간의 배타적 경쟁은 자칫 도토리 키 재기가 될 가능성이 많다.
왜냐하면 학생들의 제한된 안목과 식견 때문에 스스로 큰 '그릇'이 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현재의 조그마한 '그릇'을 채우기 위해 많은 시간을 허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세계적인 수준의 인재로 양성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넓은 안목과 전문적인 식견이 필요하다.
그리고 교사의 안목과 식견도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여 지속적으로 신장ㆍ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들 간이나 학교들 간의 건설적인 경쟁체제를 기꺼이 수용해야 한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학생들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교사나 학교가 없어야 함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특히, 21세기 세계화, 지식ㆍ정보화 시대에 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성장ㆍ발전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원대한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개척자 정신을 갖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사들이 그러한 꿈과 희망과 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학생들이 교사들을 거울 삼아 보고 배우기 때문이다.
● 교사들, 학교들부터 건설적 경쟁해야
새 학년이 시작되는 이 시점에서 모든 교사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꿈과 희망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러한 꿈과 희망이 학생들이 보고 배우기에 충분한 것입니까? 혹시 국가와 민족보다 자기 자신을 더 중시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혹시 현실에 만족하면서 이미 자신의 꿈과 희망을 모두 성취한 듯이 무사안일하게 살아가고 있지는 않습니까?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배우고 익혀야 하는 평생교육ㆍ평생학습의 시대에는, 교사들도 예외없이 항상 배우고 익혀야 한다.
그리고 현재의 수준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위한 원대한 꿈과 희망을 가지고 그 꿈과 희망을 실현하기 위해 성실하게 노력해야 한다. 백여년 전 "소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하고 외친 클라크 박사의 말이 심금을 울렸다면, 이제는 이렇게 외쳐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교사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백순근ㆍ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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