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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상실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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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상실의 시대

입력
2007.02.26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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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가 노무현 대통령 취임 4주년. 소설 <상실의 시대> 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표현을 빌리자면 마치 일본의 1970년대 초처럼 정말 '멀미 나는 시대'였다. '악한 사람이 있었고, 선한 사람이 있었다.

가치관은 뒤집히고, 또 뒤집혔다. 진짜와 가짜가 똑같이 소리 높여 외치고 있었다. 진실의 언어가 있었는가 하면 거짓의 언어도 있었다. 깨끗함이 더러움이 되었고, 더러움이 깨끗함이 되었다.'

그 속에서 생각해본다. 얻은 것은 무엇이며 잃은 것은 무엇인가. 누구는 '남는 장사'였다고 하고, 누구는 '잃어버린 4년'이라고 했다. 이석연 변호사(헌법포럼,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대표)는 얼마 전 자신의 저서 <헌법과 반(反)헌법> 출판기념회에서 "우리는 4가지를 잃어버렸다"고 했다.

먼저 헌법적 가치와 정신. 그는 그것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주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최우선하는 기본권 존중이며 궁극적으로는 '사랑'의 공동체라고 했다. 그게 '개혁'이란 이름으로 무시되고 깨지면서 국가 정체성과 사회의 틀까지 흔들렸다는 것이다.

사회작동의 원동력인 리더십과 정당한 권위도 이야기했다. '권위주의 청산'이란 깃발이 지난 시대의 소중한 경험과 사람까지 쓸어내고, 정당하게 자리잡아야 할 권위마저 날려버렸다.

노동현장, 학교, 가정에서 "너가 뭔데"이다. 높이 쳐든 학생들의 휴대폰 카메라 앞에 얼어붙어야 하는 교사. 정윤철 감독의 영화 <좋지 아니한가> 의 상상만은 아닐 것이다.

직책과 윤리와 관습에서 나온 권위가 사라진 자리를 포퓰리즘과 뻔뻔한 자기합리화가 대신했다. 책임을 대통령의 통치리더십 부재에서 찾기란 어렵지 않다. 정당한 절차의 무시, 일관성 없는 정책결정, 경솔한 발언, 편벽한 인사를 반복하는 대통령이 우스운데 교사, 부모, 직장상사야 말해 무엇하랴.

그래 놓고 그게 권위주의 청산이고, 친근함이라며 야합하고 자화자찬하고 상대 헐뜯기를 멈추지 않는 사회에서 어떻게 공동체적 연대의식을 찾을 수 있을까.

그 속에서 우리 사회는 점점 역동성을 상실해 가고 있다. 이 변호사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어느 분야에서건 정직하고 열심히 노력해 이룩한 것을 보장하고 존중하기는커녕 폄하해 개혁 대상으로 삼고, 자신들이 하면 정당하고 도덕적이라고 줄기차게 외치는 개혁독점주의로는 국민의 구체적 삶의 질을 높이기는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이뿐이랴. 언어는 천박한 지도자들에 의해 품위를 잃었고, 무책임한 인터넷은 자살에 이른 한 인간의 고통을 쓰다듬기보다는 악의적 언어로 상처에 무차별로 소금을 뿌려댄다.

자신과 다른 존재를 인정하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사람들에 의해 관용은 사라졌고, 진실은 자신의 거짓말을 진실이라고 확신하며 상대를 집요하게 공격하는 사람들에 의해 짓밟히고 있다.

'목적이 정당하면 수단은 상관없다'는 왜곡된 가치관은 죄의식 상실을 불러왔고, 용서가 자신을 자유롭게 한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끝없이 과거 들추기에 얽매인 결과 스스로의 자유까지 포기하고 있다.

이런 '상실의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참으로 뻔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래도 사람들을 사랑해야 한다고 했다. "사람을 진실로 사랑하는 것은 자아의 무게에 맞서는 것인 동시에, 외부 사회의 무게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러나 그게 어디 쉬운가.

이대현 엔터테인먼트팀장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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