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대선주자 영입 ‘0순위’인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둘러싸고 범 여권의 영입 움직임이 급속히 가시화하고 있다. 정 전 총장도 자신의 거취에 대해 기존의 뉘앙스와 다른 발언을 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열린우리당 민병두, 민주당 김종인, 민생정치모임 우윤근 의원 등 의원 10여명은 23일 정 전 총장 영입문제를 논의했다. 범 여권에 ‘영입 모임’이 생길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일부 충청권 출신 의원과 집단탈당 그룹인 통합신당모임도 4ㆍ25 재보선 출마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정 전 총장 영입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당사자인 정 전 총장은 25일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회로부터 혜택을 많이 받은 사람으로서 사회에 무엇을 어떻게 해서 갚아야 할 것인지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또“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정치를 절대 안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치에 관심이 없다.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등 이전 언급과는 다르다.
정 전 총장은 이어“대선에 관해서는 아직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못했다”며 일정 부분 선을 그었다. “마음이 정해지기 전까지는 정치인들을 안 만날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정치 참여 여부는 내 인생을 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선 출마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정 전 총장은 현 대선 구도에서 한나라당이 독주하는 데 대한 의견을 묻자 “나라가 잘 되려면 정치적으로 안정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앞서 23일 공주대 특강에서는 “충남 공주 출신으로 충청지역 덕을 많이 봤고 지역을 위해 조금이나마 공헌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차기 대통령 후보는 기초가 튼튼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하며, 이해집단과 밀착돼 있지 않은 인물이어야 할 것”이라고 차기 대통령의 덕목을 꼽기도 했다.
정 전 총장의 선택을 예상하기는 현재로선 어렵다. 그와 가까운 김종인 의원은 “본인이 결정할 문제라 언급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적어도 새로운 정치 세력이 탄생하는 등 여러 여건이 조성돼야만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전 총장의 ‘충청지역 공헌’발언을 두고 한나라당은 24일 “지역주의에 기대 눈치만 살피는 소심한 기회주의자”라고 비난했다. 정 전 총장은 “대응하고 싶지 않다”며 “어떤 면에서 소심한 기회주의자라는 건지 모르겠다. 가만히 있다고 소심하다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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