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평등의 기독교정신을 바탕으로 시민ㆍ사회ㆍ청소년운동을 이끌어 온 YMCA가 여성회원의 참정권 문제로 분란을 빚고 있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한국YMCA는 서울YMCA가 총회의 선거권ㆍ의결권을 갖는 회원 자격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것에 대해 ‘기독교정신에 반하고 시대착오적’이라며 개정을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전국연맹에서 제명해 버렸다.
전통의 시민ㆍ사회단체인 서울YMCA는 그 동안 관례적으로 남성에게만 총회의 참정권을 부여했다. 이에 대해 전국연맹과 여성단체들의 반발이 일자 서울YMCA는 지난해 오히려 총회 구성원을 남성에 한정하는 개정안을 발의해 성차별 논란을 일으켰고 결국 이 개정안은 채택되지 못했다. 1년 가까운 논란 끝에 이번엔 여성대의원을 12% 이상 선출해야 한다는 내용의 새로운 개정안이 상정됐으나 총회는 압도적인 반대로 이를 부결시켰다.
세계YMCA는 ‘모든 사람, 특히 청년과 여성이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이들의 역량을 키워 형평성 있는 사회를 일군다’는 선언문을 채택했다(1998년 세계대회).
서울YMCA의 총회원 자격은 현재 ‘19세 이상 기독교회 정회원(입교인)’이며, 전체 회원의 60%, 자원봉사자의 90%가 여성으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선거권과 의결권 등 중요한 결정에서 성을 기준으로 참여를 배제하거나 비율을 한정하려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YMCA(Young Men’s Christian Association)의 ‘Men’은 남성이 아닌 사람의 의미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다행히 서울YMCA 내부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해 “이사회가 일방적으로 개정안을 내놓은 것에 총회원들이 반발한 것”이라면서 “앞으로 공청회 등을 열어 긍정적 방안을 마련하겠다”하니 그들의 양식을 믿을 수밖에 없다.
현행 규정이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있으며, 다만 관례적으로 여성을 배제해 왔다니 굳이 개정안을 만들 필요 없이 이사회나 총회의 선언 등 합의의 방식으로 새로운 관행을 이뤄나가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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