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적인 캐릭터로 자아 정체성을 표현하는 국내외 젊은 작가 4인의 단체전이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중견이나 원로급 작가를 취급해온 이 화랑이 젊은 작가 발굴로 눈을 돌려 지난달 열었던 국내 화가 3인전을 잇는 단체전 2부다.
이번 전시는 4개국에서 활동 중인 아시아 작가 4명, 이혜림(44ㆍ뉴질랜드), 전 경(32ㆍ미국), 히데아키 가와시마(38ㆍ일본), YP(30ㆍ본명 유영필ㆍ한국)의 작품을 모았다.
이혜림은 외모 지상주의에 따른 성형 강박증을 조롱하는 디지털회화와 영상을 내놨다.
남녀의 성기, 여자의 유방과 입술, 허리, 다리 등 성적인 자극을 불러 일으키는 신체의 일부를 과장해서 몹시 매끈하게, 게다가 예쁘게 표현한 작품들이다. 사타구니에서 우뚝 솟은 성기, 얼굴을 가릴 만큼 불룩한 유방 등 하나하나 단독으로 클로즈업한 형상이 뻔뻔스러울 만큼 노골적이어서 보는 이를 당황하게 만든다. 이처럼 지독한 풍자도 없겠다.
전 경의 그림에는 화면 가득 작은 인물들이 고물고물 박혀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언뜻 보기엔 귀엽고 명랑한 데 자세히 보면 지옥도가 따로 없다.
쇠꼬챙이가 몸을 관통하고 있거나 목이 잘렸거나 성적인 학대를 주고 받는 등 잔인하고 끔찍한 고문 같은 상황이 펼쳐져 있다. 그런데도 마치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슬쩍 눈을 흘기거나 살짝 웃거나 노는 듯한 모습에서 자아의 혼돈과 분열을 읽을 수 있다.
가와시마의 그림은 순정만화 주인공처럼 예쁘고 신비로운 여자 얼굴이다. 간결하면서 장식적이고 화려하지만, 왠지 모르게 섬뜩하다. 보는 이를 홀릴 만큼 크고 아름다운 눈과 입술, 물결 치듯 흘러내리는 긴 머리칼을 지녔지만, 얼굴에 윤곽이 아예 없어 사람이 아닌 귀신 같다. 거기서 오는 모호함은 작가 자신의 심리적 상태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YP의 그림은 만화적 상상력의 통제불능 단계다. 몸통에서 잘려나간 목이 히히 웃질 않나, 뻥 뚫린 눈 구멍 자리에서 토끼가 뛰쳐나오질 않나, 혓바닥을 길게 늘어뜨린 채 의기양양 뽐내질 않나, 성기 노출증의 단계를 자랑스레 과시하질 않나.
로봇 같기도 하고 외계인 같기도 한 이 괴상한 인물들은 만사 자족적이지만 공허해 보인다. 우스꽝스럽고 엽기적이고 폭력적인 이 그림들은 허깨비 문화를 겨냥한 테러 같다. 전시는 3월 4일까지. (02)735-8449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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