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군사동맹이 5년 뒤면 역사적 전환점을 맞는다. 주한미군사령관이 갖고 있는 한반도의 전시 작전통제권(작전권)을 2012년4월17일 한국군에 전환키로 한 한미 국방장관의 합의에 따라 우리는 한국전쟁 때 미국에 넘겼던 군사 작전권을 되찾는다. 60년만에 군사주권을 회복하는 것이다. 공고한 한미동맹의 상징이던 한미연합사령부의 해체로 양국의 군사동맹도 새로운 발전 단계를 모색하게 됐다.
김장수 국방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24일(현지시각 23일) 미국 워싱턴에서 회담을 갖고 전시 작전권의 전환시기를 2012년4월17일로 확정했다. 미국이 2009년 조기이양을 주장하고 우리측은 준비부족 등을 이유로 2012년을 고수한 상황을 감안하면 협상은 우리측 입장이 크게 반영된 결과로 마무리됐다.
청와대는 “미측이 우리측이 제시한 일자를 수용한 것은 한미동맹의 공고함과 깊은 신뢰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미 국방부도 협상이 원만하게 타결됐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현재에는 한반도에 전쟁의 징후가 보이면(방어준비태세 ‘데프콘Ⅲ’) 한국군은 주한미군사령관이 겸하고 있는 한미연합사령관의 지휘ㆍ통제를 받는다. 1950년 한국전쟁과 함께 우리 군대의 작전통제권을 미군에 넘겼다가 평시 작전권만 94년12월 되찾았을 뿐 전시 작전권은 미군이 쥐고 있었다. 때문에 유사시 외국 군대의 지휘ㆍ통제를 받는 ‘반쪽 군대’라는 오명에서 한국군은 자유롭지 못했다.
2012년4월 전시 작전권을 돌려 받으면 유사시 한국군은 스스로의 권한과 책임으로 군사 작전을 수행한다. 부대이동과 진격ㆍ후퇴 명령은 물론 작전계획도 독자적으로 짠다. 박건영 가톨릭대(국제학부 미국학과) 교수는 “전시 작전권 환수에 따라 통일 이후 안보까지 자주적으로 책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군사주권 회복의 의미가 크다”고 분석했다.
전시 작전권이 전환되면 유사시 한국군과 주한미군을 통합 지휘하는 한미연합사는 존재의 의미가 사라져 해체수순을 밟는다. 대신 양국은 한국 합동군사령부와 주한미통합군사령부(USJFT_K)를 각각 창설해 독자적인 작전권을 행사한다. 유사시 작전의 주도권은 한국군이 갖되 주한미군은 지원 역할로 기능이 축소된다. 국방부는 이를 “연합작전에서 공동작전 체제로의 변화”라고 설명했다.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군사작전을 수행할 준비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전시 작전권 전환은 시기상조라는 논란도 적지 않다. 한나라당은 “전시 작권권 이양은 북한의 핵실험으로 한층 높아진 한반도의 안보위기를 외면한 졸속 합의”라며 안보공백을 우려하는 논평을 냈다.
정부는 독자적인 5년 동안 군사위성을 도입하는 등 전력강화에 박차를 가해 안보공백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일각에서는 한미연합사 해체 자체가 동맹의 붕괴라며 우려하고 있다.
역대 국방장관 26일 긴급모임
역대 국방부 장관들과 성우회(예비역 장성들의 모임), 재향군인회 회장단은 26일 오전 향군회관에서 긴급 모임을 열고 전작권 전환시기 합의,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 등으로 인한 안보문제에 대해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시 작전통제권
전쟁 상황에서 부대이동을 비롯한 군사작전의 개요를 담은 작전계획을 만들고 이 계획에 따라 어떤 목표를 어떻게 공격할지를 명령하고 통제하는 권한을 말한다. '오프콘(OPCONㆍOperational Control)'으로 불린다. 부대를 편성하고 군수를 조달하는 등의 군정(軍政)을 포함하지 않은 순수 군사작전상의 권한이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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