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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해양시대가 열린다] (4) 울돌목 조류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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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해양시대가 열린다] (4) 울돌목 조류발전소

입력
2007.02.25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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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우~쏴아아~, 우르릉~쏴아아~”

분명 울음소리였다. 목소리 굵은 남자 울음소리 같기도 했고, 동물의 울부짖음 같기도 했다. 전남 진도와 해남군 화원반도 사이의 해협, 울돌목. ‘바다가 우는 길목’이라는 뜻과 함께 ‘명량(鳴梁)’으로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썰물 때 진도대교 위에서 내려다본 울돌목 물살은 여전히 거세고 거침이 없었다. “뭍사람들이 울돌목의 소용돌이 치는 물살을 한참동안 보고 있으면 멀미를 할 것”이라는 이 곳 사람들의 말이 결코 거짓이 아니었다.

이처럼 빠른 물살을 자랑하는 울돌목에 이름도 생소한 조류발전소가 들어선다. 빠른 조류(潮流)를 활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기술개발을 주도한 한국해양연구원은 이미 울돌목에 세계 최대 규모인 1,000㎾급 시험조류발전소의 발전(11월)을 위한 터빈과 발전시설 구조물 제작을 모두 마치고 구조물 현장설치와 기전설비 작업만 남겨 놓고 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해양연구원에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세계 연안국가들의 기술전수와 공동연구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광수 연안개발연구본부장은 “우리나라는 2002년부터 조류발전 실험을 통해 발전실험장치인 ‘헬리컬 터빈’의 상용화를 마치는 등 거의 기술자립을 이룬 상태”라며 “우리보다 한 발 앞서 150㎾급 시험발전터빈을 설치한 영국 등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울돌목이 빠른 물살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은 독특한 협수로(狹水路)와 해저지형 때문이다. 울돌목은 폭이 294m 안팎으로 좁고 밀물과 썰물 때 남쪽과 서쪽의 수위차가 최대 2m 가량 벌어진다. 해저는 퇴적층이 없고, 굴곡이 심한 암반으로 이뤄져 있다. 많은 양의 바닷물이 좁은 해협을 빠져나가려다 보니 물살이 빨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울돌목의 유속은 수심 평균 초속 5.5m, 바다 표층은 최대 초속 6.5m에 달한다. 보통 한강에 홍수가 나 자동차가 떠내려갈 정도의 물살이 초속 2, 3m정도이니 엄청난 속도다.

하지만 울돌목의 빠른 유속은 동시에 조류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물살이 워낙 빠르다 보니 790톤에 달하는 수차발전시설 구조물 설치공사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구조물의 주골조를 이룬 6개의 대형 쇠파이프(직경 137㎝)를 울돌목 해저 암반에 끼워 넣기 위한 천공작업이 빠른 유속으로 불가능했다. 때문에 시공을 맡은 현대건설측은 구조물을 먼저 내려 놓고 쇠파이프 속에 천공기계를 넣어 8m 깊이로 구멍을 뚫은 뒤 또 다른 쇠파이프를 넣어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는 방식으로 설치공법을 변경했다.

김주식 울돌목 시험조류발전소 건설현장소장은 “빠른 유속으로 흔들리는 바지선에서 천공작업을 한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해 공법을 바꿨다”며 “변경한 설치공법은 세계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이지만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구조물은 4월 말 설치된다.

시험발전소의 전기 생산능력은 연간 1.2GWh(120만㎾)에 달한다. 이는 300가구(가구 당 월 평균 300㎾ 소비 기준)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그렇다고 당초 예상했던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울돌목의 강한 물살을 타고 휩쓸려 다니는 냉장고와 TV 등 해상 쓰레기가 수차에 부딪히지 않도록 구조물에 차단막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차단막 설치로 인해 발전효율이 10% 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울돌목 조류발전이 차세대 대체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 이유는 뭘까. 우선 파력이나 태양광, 풍력발전과 달리 밀물과 썰물의 주기성으로 인해 발전량 장기 예측이 가능하다.

또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한 조력발전처럼 댐이 필요 없어 가장 친환경적인 데다 에너지 수입대체 효과도 만만찮다. 실제 2012년까지 5만㎾급 울돌목 상용조류발전소를 건설할 경우 연간 123GWh(1억 2,300만㎾)의 전기를 생산, 해마다 120억원(원유 20만 배럴)의 에너지수입대체효과는 물론 연간 7만6,000톤의 이산화탄소 저감효과까지 얻는다.

해양연구원 박진순 선임기술원은 “환경과 에너지가 공존하는 방향으로 변하는 상황에서 가장 잘 들어맞고 경제성이 뛰어난 방식이 조류발전”이라고 설명했다.

시험조류발전소가 들어설 울돌목이 지역 경제에 미칠 영향도 어마어마하다. 벌써 진도군은 울돌목 조류발전소가 새로운 부(富)를 창출해 낼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군은 조류발전소를 홍보하고 관광자원화하기 위해 2009년까지 군내면 녹진리 일대 6,050평 부지에 해양에너지공원을 조성키로 했다.

조류와 조력 등 각종 해양에너지 발전시스템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전시관과 전망대, 놀이시설이 들어서는 해양에너지공원은 245억9,700만원의 생산유발효과와 68억4,900만원의 소득유발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진도군은 예상하고 獵?

진도군 황규웅 어촌어항계장은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 격전지인 울돌목에 조류발전소와 해양에너지공원이 들어서면 울돌목은 역사관광지와 과학교육장으로 급부상하는 것은 물론, 지역경제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진도(울돌목)=안경호기자 khan@hk.co.kr

■ 해양에너지 개발 '무한경쟁'

우리나라는 1970년대 조력과 조류발전 개발가능성을 검토했지만 발전단가가 많이 들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그 동안 개발을 보류돼 왔다. 그러나 화석연료 고갈과 지구온난화 등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청정 대체에너지인 해양에너지 개발에 다시 가속도를 내고 있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해양에너지 개발 적지로 꼽힌다. 현재 우리나라 연안에는 조류(100만㎾)와 조력(650만㎾)과 파력(650만㎾) 등 해양에너지 부존(賦存)량이 1,400만㎾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해양수산부는 이에 따라 우선 시화호(25만4,000㎾)와 가로림만(50만㎾)의 조력발전, 울돌목(5만㎾) 조류발전 등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2012년까지 개발이 끝나 전기 생산이 이뤄질 경우 연간 1,560억원의 에너지수입대체효과(원유 260만 배럴)를 거둘 것으로 전문가들을 보고 있다. 파도가 치는 힘을 이용한 파력발전과 바닷물 온도차를 이용한 해양온도차 발전에 대한 기술개발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영국 등 선진 각국도 해양에너지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현재 조력발전 기술개발과 활용은 프랑스와 캐나다, 러시아, 중국이 앞서 있다.

1966년 랑스조력발전소(24만㎾급)를 건설한 프랑스는 30억㎾급의 조력발전소를 추가로 세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미 9개의 조력발전소를 운영 중인 중국은 추가 건설을 계획하고 있으며, 영국도 100만㎾급과 860만㎾급 조력발전소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영국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등이 독자적인 발전터빈 기술개발을 통해 조류발전 상용화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기술 선진국들은 해양에너지 등 대체에너지 개발을 통해 원유 의존도를 낮추는데 에너지 수급전략을 세우고 있다”며 “우리도 현재 2.3% 수준에 불과한 대체에너지 비중을 2012년까지는 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도(울돌목)=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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