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자신 소유의 토지에서 개발사업이 이뤄지면서 거액의 토지보상금을 받은 나행복씨는 자녀들 명의로 아파트 1채 씩을, 배우자 명의로 상가를 구입했다. 또 나머지 토지보상금의 대부분을 가족들 명의로 은행에 분산 예치했다.
나씨는 가족들 명의로 부동산을 취득하고 예금을 분산하면 국세청에서 알기 힘들거라고 생각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을 취득하고 예금을 하는데 국세청에서 일일이 현황을 파악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얼마 후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시작됐다. 국세청 직원은 나씨가 토지보상금을 얼마나 받았는지, 가족들 명의로 부동산을 얼마나 취득했는지 다 알고 있었다. 국세청은 차명 통장까지 증여로 판단해 엄청난 세금을 추징했다.
토지보상금 사용처에 대한 세무조사는 어떻게 이뤄지며, 어떤 대비책이 있을까.
개인이 토지보상금과 같은 고액의 재산을 처분하면 국세청은 처분 이후의 현금 흐름을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자녀 등 가족들이 역시 고액의 재산을 취득할 경우에도 자금출처 조사를 실시한다. 갑자기 생긴 재산을 처분해 자녀에게 증여하는 과정을 관리해 탈세 행위를 막으려는 것이다.
그래서 나씨처럼 토지보상금을 받은 사람이 면밀하게 자금관리를 하지 않을 경우 상상을 초월하는 증여세를 부담할 수 있다. 또 어린 자녀가 갑자기 고액의 부동산을 취득했다면 국세청은 누군가로부터 증여를 받아 취득한 것으로 의심한다. 자금 출처를 소명하지 못하면 역시 많은 증여세를 부담하게 된다.
토지보상금 세무조사에 대한 대비책은 간단하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치밀하게 증여 계획을 세우라”는 것이다.
국세청은 나씨와 같은 고액 토지보상금 수령자에 대해 자산 양도 후 현금 흐름, 가족들의 재산 취득 상황 및 관련 기업의 재무제표 확인 등을 통해 양도대금 운용 상태 등을 분석, 세무조사를 실시한다. 법에서 정한 방법 중 두 가지 예를 들어 보자.
먼저 분산 증여를 통한 절세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증여세는 증여하는 금액이 많을수록 세율이 높아진다. 반대로 말하면 증여 금액을 나눌수록 낮은 세율을 적용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나씨가 토지보상금 20억원을 장남에게만 줄 경우 40%의 세율이 적용돼 약 6억4,000만원의 증여세가 나오지만 장남과 며느리, 손자 2명 등 4명에게 나눠주면 20%의 세율을 적용받아 증여세가 약 4억1,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세금만 2억3,000만원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또 증여세의 경우 합산기간이 10년이므로 기간을 분산해 증여하면 세금을 줄일 수 있다. 가령 50억원 정도의 재산이 있는 사람이 이를 일시에 증여할 경우 50% 세율을 적용받지만 10년마다 자녀와 그 가족 10명에게 각각 2억5,000만원씩 증여하면 한 번에 4억원(1인당 4,000만원)만 물면 된다. 50억원을 한꺼번에 물려 주는 것보다 20년에 걸쳐 두 차례로 나눠 주면 세금을 절반 이상 아낄 수 있다.
또 하나는 창업자금 증여를 통한 절세 방법이다.
증여재산의 사용 용도가 자녀의 창업자금인 경우, 창업자금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자녀가 30세 이상이거나 결혼을 했다면 창업을 목적으로 65세 이상의 부모로부터 현금을 증여 받는 경우 과세가액에서 5억원을 공제한 후 10%의 증여세를 내면 된다. 단, 이 때의 증여 금액은 30억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정리= 김용식기자 jawohl@hk.co.kr도움말= 우리은행 PB사업단 세무컨설턴트 길영호 younghokil@wooribank.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