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던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6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검찰은 사행성 오락기의 불법성을 확인하고 상품권 환전구조의 실체를 밝히는 등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지만, ‘도박 공화국’의 토양을 만든 정부 당국자와 정치권 실세 등에 대한 의혹은 전혀 규명하지 못하는 한계도 드러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23일 사행성 오락실 업주모임 대표에게서 로비자금 3,000만원을 받은 김재홍 열린우리당 의원 등 108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문화관광부 백모 전 국장 등 45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감사원이 경품용 상품권 정책에 대한 직무유기 책임을 물어 수사 의뢰했던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 장관, 상품권 판매업체 지분을 가진 것으로 확인된 조성래 열린우리당 의원, 대가성 협찬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산 박형준 한나라당 의원 등은 무혐의 처리됐다.
노무현 대통령 조카인 노지원씨, 명계남 ‘노사모’ 전 대표, 권기재 전 청와대 행정관 등 대통령 주변 인물들에게 제기됐던 의혹들 역시 근거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전국 1만5,000여개에 달하던 사행성 오락실의 90%가 문을 닫았고, 경품용 상품권 제도가 결국 폐지되는 등 가시적 성과도 있었다. 1,370억원에 달하는 범죄 수익도 환수했다.
사행성 도박을 퍼뜨린 주범으로 꼽혔던 상품권 발행업체의 경우 19개 지정업체 가운데 17개사 임직원이 처벌됐고 사행성 오락기 제작업자들도 줄줄이 된서리를 맞았다.
검찰은 “경품용 상품권의 환전 허용이 도박성 강한 사행성 오락기의 시판 허용과 맞물리면서 상승작용을 일으켜 도박사태가 일어났으나, 관리ㆍ감독 책임이 있는 관계 공무원이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고 사건 성격을 규정했다.
이인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그러나 “정동채 전 장관 등이 직무유기죄를 구성할 만큼 의식적으로 그 직무를 방임 내지 포기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혐의 배경을 설명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의 어려움으로 수사 대상의 방대함을 꼽았다. 실제 검찰은 ▦바다이야기 업체와 정치권 관련 의혹 ▦영등위 심의 관련 로비 ▦상품권 관련 비리 ▦오락실 및 상품권 개입 폭력조직 등으로 분야를 나눠 281곳을 압수수색하고 연 인원 2,200여명을 조사했다. ‘대통령 측근 개입설’이 불거져 바다이야기 사태에 대한 언론 보도가 집중적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수사의 기밀성이 떨어진 점도 검찰을 곤혹스럽게 했다.
오락기 제조업자들 사이에 오갔던 “명계남씨가 이번 사건에 개입해 차기 대선자금을 모으려고 했다”는 대화내용 녹취록이 의혹 보도의 소재가 됐으나, 인터넷에 떠도는 루머를 말한 것으로 조사되는 등 근거 없는 의혹 제기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수사 성과가 언론이 확인한 수준 이상을 넘지 못했고 정치권 실세 등에 대한 로비 의혹도 밝혀내지 못해 미완의 수사라는 지적이 무성하다. 검찰은 정치권 로비 의혹과 관련해 도주한 핵심 브로커 신병 확보 및 폭력조직 개입 부분 등에 대해선 통상 수사체제로 전환, 계속 수사할 계획이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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