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로 널리 알려진 역외금융센터(OFC)들이 금융의 세계화 바람을 타고 초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미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24일자에서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 OFC는 기업과 부자들의 조세피난으로 세수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하고 기업의 회계 부정, 테러ㆍ마약단체의 자금세탁에 악용되고 있다는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세금천국이 실락원(失落園) 신세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OFC는 내국인의 금융거래가 제한되고 비거주인, 즉 외국인만 직접 거래할 수 있는 금융시장이다. 대표적인 곳으로 리히텐슈타인, 마카오, 영국 해협의 건지, 중남미의 버뮤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말레이시아의 라부안 등이 꼽힌다.
OFC들은 기업과 부자들의 공식적인 절세 방법으로 활용되면서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미시간 대학의 제임스 하인즈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1982~2003년 OFC국가들의 국민 1인당 소득 증가율은 평균 2.8%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세계의 성장률 1.2%의 두 배를 넘는 수치다. 버뮤다는 1인당 국민소득이 7만 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로 기록됐다.
OFC들의 눈부신 성장은 세계 각국에서 빠져나간 세금 덕분에 가능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회계ㆍ경제전문가로 구성된 ‘조세정의네트워크(TJN)’는 OFC로 인한 전 세계의 세수손실은 연간 2,2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캐나다의 OFC에 대한 투자는 2003년 750억달러로 90년에 비해 8배 증가했다.
미 상원은 미국 개인들의 역외자산만 1조7,000억 달러에 달해 매년 400억~700억 달러가 탈세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칼 레빈 미국 상원의원은 “미국은 세금천국에 연간 700억 달러를 빼앗기고 있다”며 “이는 OFC가 미국의 선량한 납세자들에게 경제전쟁을 선포한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 상원이 헤지펀드의 탈세를 막기 위한 입법작업에 나선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세계 자금이 OFC로 몰리는 것은 물론 낮은 세금 때문이지만 금융 시장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도 주요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기업들이 다국적화하면서 국경의 개념이 약해졌고 금융자유화는 자본의 진입 장벽을 무너뜨렸으며, 인터넷은 세계 어디에서는 익명으로 빠르고 값싸게 자본의 이동을 가능하게 했다는 설명이다.
OFC들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이 국제적인 규제조치 마련에 나서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OFC들은 먼저 기업 유치를 위한 세금 감면은 각국의 보편적 현상이라고 반박한다. 더욱이 자신들은 세금 감면을 통한 단순한 예금유치 보다는 선진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의 자금이 모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부자와 기업들도 “세금을 줄이는 것은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수적이며 OFC가 하나의 대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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