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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소년가장의 꿋꿋함, 박수만 칠건가 '아름다운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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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소년가장의 꿋꿋함, 박수만 칠건가 '아름다운 둥지'

입력
2007.02.23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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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글·백명식 그림 / 일곱난쟁이 발행·112쪽·8,000원

어른들은 없고 아이들만 달랑 남았다.

동수, 동배, 방울이 삼남매의 부모님은 연이어 병으로 돌아가셨다. 초등학교 6학년인 동수는 동사무소에 소년 소녀 가장 신청을 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생들과 뿔뿔이 흩어져 고아원으로 가야 했기 때문이다.

책은 가난과 그늘, 그리고 아픔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삼남매의 모습을 보여준다. 모두가 못 살던 시절, 초등학생이 신문 배달을 하고 가장 먹고 싶은 것은 자장면이라 할지라도 그들이 불행하진 않다. 기술자가 꿈인 동배의 손재주는 남다르고 시인이 꿈인 방울이의 글솜씨도 제법이다.

새벽 세차 일도 마다하지 않은 덕에 동수가 자전거를 사게 됐을 때, 동배가 모형비행기 대회에서 1등을 했을 때 밀려 오는 행복감이 크다. 수위 일을 하며 동수를 도와주는 공군 아저씨, 배려심 많은 혜주 어머니에겐 따스한 고마움이 느껴진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이 현재 진행형이라니. 13살짜리 가장 동수가 우리 주위엔 여전히 너무나 많다. 지은이는 “이제 사람들은 어린 가장들을 모른 척하거나, 혹은 모르고 사는지 모른다”고 말한다. 책은 그들의 존재를 일깨우고 희망을 당부한다. 이들처럼 씩씩한 아이들이 똑바로 서려면 엄마와 아빠 없는 빈 공간을 채워줘야 되지 않겠느냐고.

‘소년 소녀 가장’이란 관습적 용어는 옳은가. 아이들이 버젓한 가장 행세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끔 조장하는 말은 아닌가. 아름다운 둥지란 저절로 가꾸어지지 않는다. 누군가의 보살핌과 관심보다 값진 것은 없다. 하다못해 물만 먹고 자란 것처럼 보이는 호박까지도.

박선영 기자 philo9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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