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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얼굴 찾아주기/ "이젠 웃는 얼굴로 학교 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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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얼굴 찾아주기/ "이젠 웃는 얼굴로 학교 갈 수 있어요"

입력
2007.02.23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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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입술을 예쁘게 수술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제 학교에 가도 친구들한테 부끄럽지 않아요.”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은 아이들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평소 환자들과 근엄한 표정의 의료진들로 분위기가 삭막했던 병원에 형형색색 오색풍선이 내걸리고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날은 한국일보와 삼성서울병원의 도움으로 ‘밝은 얼굴’을 되찾은 아이들의 입학을 축하하는 자리. 얼굴기형 무료 수술을 받고 초ㆍ중ㆍ고교에 진학하는 9명의 아이들이 한 데 모였다. 이들을 치료했던 의사선생님과 간호사 언니들도 함께 해 교복과 가방 등 푸짐한 선물을 안기며 새 출발을 축하했다.

경북 안동에서 올라온 혜영(7ㆍ여)이도 활짝 웃었다. 구순구개열(언청이)의 흔적은 온데 간데 없다. 어머니 전순돌(40)씨에게 입술과 잇몸이 갈라진 채로 태어난 혜영이는 큰 근심거리였다.

의사는 큰 수술을 몇 차례 해야 한다고 했다. 어린 마음에도 코가 주저앉고 얼굴이 변해가는 모습이 싫었는지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고 투정하는 날이 잦아졌다. 하지만 한 번에 400만~500만원이나 하는 수술비는 기초생활수급자인 전씨 집 형편에 큰 부담이었다. 전씨는 “한창 뛰어 놀 나이에 웃음을 잃고 집안에서만 맴도는 아이를 보는 건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고 말했다.

작년 5월 수술을 받고 혜영이는 다시 태어났다. 홀로 눈물 짓지도 않고 아이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릴 만큼 성격도 밝아졌다. “이러다 너무 예뻐지면 큰 일”이라며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짓는 혜영이에게 더 이상 과거의 그늘은 찾아보기 어렵다. 혜영이는 다음달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소이증(小耳症)을 앓아 대문밖을 나서기도 꺼렸던 문대일(15) 군은 자신을 “특별한 존재”라고 표현할 만큼 삶의 변화를 겪었다. 그는 “귀를 가리기 위해 텁수룩한 머리 스타일에 모자 달린 옷만 입고 다녔는데, 이제는 내가 먼저 수술 사실을 털어놓을 정도로 당당하게 세상과 맞설 수 있게 됐다”고 고백했다.

사회의 편견에 속절없이 가슴앓이를 해야 했던 가족들의 기쁨은 남다르다. 크루존씨증후군(머리뼈 기형으로 뇌가 자랄 공간이 좁아져 눈이 밖으로 밀려나오는 병)을 앓는 정세희(8ㆍ여) 예찬(6) 남매의 할머니 최혜자(61)씨는 “살아가면서 이런 날이 올 줄은 정말 몰랐다. 병도 병이지만 아이들에게 살아갈 수 있는 자신감을 북돋워 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감격해 했다.

이종철 삼성서울병원장은 “쉽게 상처 받고 좌절했던 아이들에게 다시 찾은 얼굴은 새로운 희망의 증거”라며 “이들이 긍정적 사고를 갖고 적극적으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와 삼성서울병원은 2004년 4월부터 <밝은 얼굴 찾아주기> 캠페인을 벌여 얼굴기형 환자 210명에게 새 얼굴을 되찾아 줬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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