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출신의 테너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34)가 20일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에서 도니제티 오페라 <연대의 딸> 공연 도중 금기를 깨고 앙코르를 부른 일이 화제다. 연대의>
이 곳에서 오페라 중간에 앙코르가 나온 것은 무려 74년 만의 일. 플로레스가 아리아 <친구들이여, 오늘은 즐거운 날> 을 부른 후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이 쏟아지자 캐나다 지휘자 이브 아벨이 앙코르를 수락한 것이다. 친구들이여,>
이 극장의 앙코르 금지 규칙은 이탈리아의 명 지휘자 아르투로 토스카니니가 만들었다. 당시에는 오페라 공연 도중의 앙코르가 일반적인 일이었지만, 토스카니니는 극의 흐름이 끊어지지 않도록 한다는 이유에서 이를 금지시켰다. 뿐만 아니라 공연 도중 객석에 들어오거나, 귀부인들이 모자를 쓰고 입장하는 것도 막았다.
세계 최고 오페라 극장의 하나인 라 스칼라는 콧대 높고 고약한 청중으로도 유명하다. 작은 실수에도 조롱과 야유를 퍼부어 날고 뛰는 성악가들도 긴장시키는 곳이다. 지난해 12월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의 남편이자 세계적인 테너인 로베르토 알라냐가 이 곳에서 노래를 하다 관객들의 야유를 참지 못하고 공연 도중 퇴장해버렸을 정도다.
더군다나 이날 플로레스가 앙코르를 받은 아리아는 짧은 시간에 9번의 하이C(3옥타브 도)를 소화해야 하는 엄청난 곡. 루치아노 파바로티에게 ‘하이C의 제왕’이라는 별명을 안겨준 것이 바로 이 아리아다.
젊은 테너가 파바로티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준 곡으로 악명 높은 라 스칼라 청중을 사로잡아 74년간 이어진 앙코르 금기까지 깼으니 떠들썩할 법도 한 것이다.
맑고 가벼운 미성의 레제로 테너인 플로레스는 멕시코 출신 롤란도 비야손(35)과 더불어 요즘 가장 떠오르는 스타 테너다. 23세 때인 1996년 페사로 로시니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몸이 아파 중도 하차한 주역 가수의 대타로 나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이후 승승장구 하고 있다.
특히 로시니와 도니제티를 잘 부르기로 정평이 나있다. 음악 칼럼니스트 유형종씨는 “알바레스는 루이지 알바(페루)와 체자레 발레티(이탈리아), 라울 히메네스(아르헨티나) 등 로시니 테너의 계보를 형성해온 가수들의 인기를 넘어서고 있다”고 설명하고 “그러나 음색의 한계 때문에 파바로티의 후계자라고 하기에는 적당치 않다”고 덧붙였다.
세계 성악계는 파바로티와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를 이을 제4의 테너를 끊임없이 찾아왔다. 알라냐와 호세 쿠라 등이 꼽혔지만 ‘제4의 테너’라는 이름은 아직 주인을 찾지 못했다. 플로레스 역시 이 이름에 도전하는 후보 중 하나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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