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관 장두식 지음 / 생각의나무 발행ㆍ284쪽ㆍ1만5,000원
한양과 경성, 그리고 서울. 지난 600여 년간 한국 사회의 격동이 가장 정치하게 아로새겨져 있는 텍스트다. 특히 1990년대 이후, 경기도 전체가 수도권으로 편입됐다고 할만큼 저 곳의 놀라운 포식성은 한국 현대사를 상징하기도 한다.
시대적 성감대로서의 문학은 서울의 격변을 어떻게 징후적으로 포착해 왔을까. 문학이 윤리적 모색을 본질로 한다고 할 때, 우리 문학은 격변을 증언하는 최전선에 있다.
국문학자 김재관ㆍ장두식 씨는 신동엽의 <종로 오가> 와 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 를 기점으로, 그 풍경과 서정을 기록해 왔다. 먼지만 날리는 고향 땅을 등지고 풀칠이나마 할 요량으로 온 서울 땅에서의 극빈과, 삶의 보금자리를 뺏긴 인간의 모습으로 문학은 서울을 증거했다. 성북동> 종로>
최인호의 <미개인> 이 1970년대 중산층의 속물성에 대한 슬픈 자화상이라면, 최인훈은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에서 정체성의 혼돈을 겪는 서울 사람들의 모습을 풍자했다. 소설가> 미개인>
조선작의 <영자의 전성 시대> 에서 서울은 외팔이 창녀에게 비극을 안겨준 범인으로 그려졌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에서는 약자들을 잡아 먹는 비열한 포식자로 등장한다. 박완서의 <꽃을 찾아서> 는 1980년대 ‘광주’라는 암운 아래서 광풍처럼 막 번지던 강남 개발의 모습을 증언한다. 꽃을> 난장이가> 영자의>
본문의 친화력은 대중문화 속에 나타난 서울을 논하는 대목에서 두드러진다. 1970년대의 대중음악에 나타난 서울을 논하는 ‘이루어질 수 없는 낭만적 유토피아와 우수’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1970~80년대의 유행가. 양병집의 <서울 하늘> , 패티김의 <서울의 찬가> , 혜은이의 <제3 한강교> 등 당대를 풍미했던 가요가 갖는 의미가 예술사적으로 분석돼 있다. 제3> 서울의> 서울>
한편 시인들은 권력과 금력에 휘둘리는 서울의 격변을 바라보며 저항의 언어들을 쏘아 올렸다. 김지하의 <오적> 이나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 은 절망의 서울상을 포착했다. 장정일은 시 <서울에서 보낸 3주일> 에서 ‘비에 젖은 서울의 쌍판은 마스카라 번진 창부 같구나’라고 읊었다. 서울에서> 노동의> 오적>
그러나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는 포장된 행복 안에 불행의 씨앗을 간직하고 있음을 문학은 증언했다.
메이드 인 아메리카의 천국인 서울(김주영의 <서울 구경> ), 성 정체성의 극심한 혼란(이남희의 <플라스틱 섹스> ), 거품처럼 끓어 나는 욕망 공간(이순원의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 나이트클럽과 비밀 요정이 지배하는 곳(마광수의 <즐거운 사라> ) 등으로 1990년대 이후의 서울은 문학을 통해 변주된다. 즐거운> 압구정동엔> 플라스틱> 서울>
우리 시대 문학은 현재와 불화할 수밖에 없다. 압구정동에 이르러 책은 이렇게 말한다. “빈부의 양극화가 한국의 주요한 사회 문제가 되었지만, 오늘도 우리는 ‘욕망이 평등한 사회’에서 꿈을 꾼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강박 관념속에서….”
수록된 글은 단국대 교지에 실렸던 연재물이다. 군더더기 없는 서술과 대중적 친화력은 언론의 손길을 거쳤다는 점에도 기인한다. 두 저자는 이 대학 동양학연구소의 연구 교수이기도 하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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