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까지만 해도 100엔당 1,000원을 유지하던 원ㆍ엔 환율이 770원대로 떨어지면서 엔저는 올해 우리 경제의 복병으로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엔저는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먼저 대일 무역수지 적자폭을 확대시킨다. 엔저는 우리의 대일 수입이 크게 늘어나게 하는 반면 농수산물을 중심으로 하는 대일 수출은 급격히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이미 작년 대일 무역수지 적자는 253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며 금년에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비스거래에서도 엔저는 일본여행객의 한국 방문을 줄이고 반면 우리의 일본여행을 크게 늘어나게 해 역조 폭을 확대시키고 있다.
여기에 엔저는 세계시장에서 우리 수출경쟁력도 약화시킨다. 글로벌 엔저는 세계시장에서 일본 상품가격을 싸게 만들어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 상품 수출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우리 전체 무역수지를 악화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영향 외에도 엔저는 이른바 엔 케리 자금이라고 하는 국내에서의 엔화 차입수요를 늘어나게 해 우리 환율을 하락시키는 등 나쁜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부작용이 큰 엔저를 막기 위해 다양한 방안들이 강구되고 있으나 문제는 엔저를 막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먼저 원ㆍ엔 외환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원ㆍ엔 외환시장이 활성화되면 대일 무역수지 적자가 시장에 반영되면서 엔저를 막을 수도 있다.
또한 통화당국이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원ㆍ엔 환율의 과도한 하락을 막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일 간의 금리 차이로 자본이 유입되면서 발생한 엔저를 이러한 방법만으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가장 좋은 방법은 엔저의 중요한 원인인 한일 간의 금리 차이를 줄이는 것이다. 지금 한일 간에는 4%의 금리 차가 존재한다. 우리 금리를 내리거나 일본금리를 인상하는 경우 금리 차이가 줄어들면서 일본으로부터의 자본 유입이 줄어 엔저를 막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지금 우리 금리를 내리기도 어렵고 일본금리를 대폭 인상시키기도 쉽지 않다. 우리는 지금 그동안 풀린 과도한 유동성 때문에 오른 부동산가격을 잡기 위해 금리를 높이고 있다. 그리고 일본 역시 최근 금리를 소폭 인상했지만 다시 금리를 큰 폭으로 높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엔저를 막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은 지금 정부가 사용하고 있는 것과 같이 우리의 해외투자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것이다. 일본과 같이 해외투자를 통해 자본을 유출시켜 원화를 약세로 만든다면 원ㆍ엔 환율의 하락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해외투자 경험이 부족하고 투자대상국과 환위험에 대한 위험관리가 잘 되어있지 않다. 특히 외환위기 전에도 해외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경험이 있어 단기간에 해외투자를 늘리기는 쉽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엔저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영세 농수산업자들에 대한 정부지원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의 생산성을 높여 엔저의 부작용을 최소화시키는 것이다.
기업은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더욱 늘리고 노동자는 과도한 노사분쟁을 중지해서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이렇게 할 때 우리는 엔저 때문에 떨어진 수출경쟁력을 회복시켜 엔저의 부작용을 극복할 수 있다.
김정식ㆍ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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