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이라는 휘장을 벗기니, 빈부와 흑백으로 엄연히 양분된 나라 미국. 소설 <내가 너를 사랑한 도시> 와 <타르 베이비> 는 현실의 미국을 마이너리티의 시각으로 그려낸다. 모두 예전에 번역 출판됐으나, 이번에 새 역자들 덕에 빛나는 한국어로 재단장했다. 타르> 내가>
교회에서 나눠주는 수프와 빵에 삶을 빚지고 있는 부랑자들, 알코올 중독자들, 정신병자들, 몸 팔다 손님의 돈을 훔치기도 하는 창녀들이 있다. <내가…> 가 그리는 미국은 악몽이다. 급식으로 연명하는 그들 빈민은 격렬한 섹스와 재즈 선율에 운명을 맡긴다. 내가…>
1938년, 대공황의 암운이 짙게 드리운 뉴욕주 올버니. “너희들이 여기서 한탄하며 칭얼대는 것을 보고 서 있느니 차라리 잡초 속에 쳐박혀 죽겠다.” 알코올 중독자로 전락한 주인공 프랜시스가 뇌까린다. 그 옆에는 한때 잘 나갔지만 이제는 초라한 몰골로 싸구려 무대에 서야 하는 가수이자 연인 헬렌이 있다.
삶의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사람들이 빚는 풍경이 살아 있는 대화를 통해 제시된다. “케네디는 빈민굴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느 누구보다도 인간적으로 그리는 능력이 있다. 사이버 문학이 판치는 속에서도 참된 문학을 하는 진정한 작가다.” 노벨 문학상 작가로 케네디와 친교를 쌓은 솔 벨로는 평했다. 1984년 퓰리처상 수상. 지식의날개ㆍ344쪽ㆍ1만2,000원.
1993년 <재즈> 로 노벨문학상을 거머쥔 토니 모리슨은 흑인들의 이야기인 <타르 베이비> 를 통해 미국에 도사린 문제의 핵심으로 들어간다. 타르> 재즈>
떠돌이 남자와 상류 계층의 여인은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 서로의 다름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흑인과 여성이라는 기존의 주제에서 벗어나 백인까지 포괄하는 작가적 변신이 이채롭다. 여전히 주요 소재로 곳곳에 산포돼 있는 재즈는 이 작품에서 고난도의 전위 예술로 나온다. 들녘ㆍ432쪽ㆍ1만3,000원.
변신의 모습이 눈부시다. <내가…> 는 20여 년 전 <억새 인간> <섬꼬리풀> 등의 제목으로 번역 출판됐고, <타르 베이비> 는 1994년 직역투의 문장으로 첫선을 보였었다. 이번에는 <내가…> 를 서강대 장영희 교수가, <타르 베이비> 를 송호대 신진범 교수가 각각 새로이 옮겼다. 타르> 내가…> 타르> 섬꼬리풀> 억새> 내가…>
특히 장 교수는 1980년 올버니의 뉴욕 주립대 유학 당시 창작과 강사였던 케네디의 바로 옆방을 쓴 덕에 교분을 쌓을 수 있었고, 곰삭은 시간들은 이번에 유려한 문장으로 거듭났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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