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저물고 사람들이 하나 둘 집으로 돌아옵니다. 모스 아저씨는 그제야 나갈 채비를 합니다.
창문을 꼭꼭 닫고 나서는 아저씨는 어두운 집에 갇혀있게 될 ‘작은 나무’를 걱정한다. 뒷산에 쓰레기와 함께 누가 버렸던 작은 나무, ‘적당한 곳에다 옮겨줘야 할텐데….’
골목을 나와 동네를 가로질러 사거리까지 내려가면 보이는 지하철역, 아저씨는 이 지하철역 청소부로 일한다. 사람들이 모여들던 시절에 화려하게 지었지만 지금은 군데군데 칠이 벗겨진 낡은 지하철역의 낡은 계단, 아저씨가 물기 꼭 짠 걸레로 한 칸 한 칸 닦아내면 잠시나마 옛 모습을 되찾는다. 모스 아저씨는 작고 낡은 것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어디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지 않아?”
사람들이 남긴 불평이 귓가에 남아 윙윙거리고, 터널에서 나는 냄새를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 없었던 아저씨는 결국 고약한 냄새를 찾아 터널 안으로 들어간다. 검은 때와 곰팡이를 벗겨내고…, 날마다 조금씩 터널 안을 청소했다. 모스 아저씨는 충실한 사람이다.
어느날 아저씨는 터널 벽에서 땅 위로 통하는 환기구를 발견했다. 환기구 안쪽 하늘 보이는 곳에 흙을 두둑이 쌓았다. 그리고 작은 나무를 옮겨왔다.
작은 나무 혼자는 외로울 것 같아 늘 푸른 넝쿨도 함께 심었다. 어둡고 차가운 시멘트 터널 안에 아저씨만의 아담한 정원이 생겼다. 가끔 풋풋한 냄새가 바람에 실려 터널 밖으로 나온다.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얼굴이 한결 밝아진 것을 보면 아저씨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모스 아저씨는 그렇게 소박한 사람이다.
환기구 틈새로 햇빛이 들어오고 이따금씩 빗방울도 떨어지고 저벅, 저벅, 저벅…, 작은 나무는 아저씨의 발소리를 들으며 뿌리 내리고 가지를 뻗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또 흘러….
“지하철역 환기구에서 나무가 자란다!” 사람들은 환호하고 떠들어댔다. 그리고 다시 무심해진다. 그러나 모스 아저씨는 꾸준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풀 냄새 가득한 정원이 있습니다. 저벅, 저벅, 저벅….모스 아저씨는 오늘도 승강장 청소를 마치고 지하정원으로 익숙한 발걸음을 옮깁니다.
<지하정원> 은 우리나라의 창작 그림책이다. 그런데 왜 ‘모스 아저씨’일까. 작가 조선경씨는 모스 아저씨와의 인연을 소개한다. “1990년 뉴욕에서 그림공부를 하던 시절, 나는 맨해튼과 호보켄 사이 홀랜드 지하철 터널을 청소하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 모스를 만났다. 지하정원>
그의 집에 들렀을 때 책장 가득 꽂혀 있는 다양한 책, 미술교육을 한번도 받아본 적 없는 그가 그린 800여 점의 그림, 틈나는 대로 작곡에 몰두한다는 그의 피아노를 볼 수 있었다.”
지하정원에서 책을 읽던, 축 처진 눈썹이 선한 모스 아저씨에게는 분명 자기만의 세계가 있다. 청소부 아저씨 방의 책꽂이만큼이나 인상적인 세계다.
<지하정원> 은 어른의 동화 같다. 어둡고 지치고 심란한 표정의 어른들, 뭔가 숨돌릴 곳이 필요한 그런 어른들을 위한 쉼터이지 싶다. 지하정원>
어린이도서관 ‘책 읽는 엄마, 책 읽는 아이’ 관장 김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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