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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빗나간 '북한 고농축우라늄 핵'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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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빗나간 '북한 고농축우라늄 핵' 논란

입력
2007.02.22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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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핵 개발 의혹을 놓고 정부 책임자들이 엇갈린 말을 했다고 해서 시끄럽다. 김만복 국정원장은 2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에 HEU 핵 개발 프로그램이 있는 것으로 본다"고 답변했다.

반면 이재정 통일부장관은 다음날 "북한이 HEU를 확보했거나, 구체적으로 HEU 핵 개발을 추진한다는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다른 뉘앙스의 답변을 했다. 언뜻 중대한 북한 핵 문제에 제각각 다른 말을 하는 것을 나무랄 만하다. 정부는 우라늄 핵에는 관심도 없느냐고 목청 높인 언론도 있다.

그러나 정교하지 못한 이 장관의 발언을 빌미로 HEU 의혹이 핵문제 해결의 관건인 양 과장하거나, 정부의 북핵 정책을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견강부회다. 2002년 HEU 의혹을 제기해 제네바 합의 체제를 허문 미국이 북한과 2ㆍ13 타협을 이룬 게 못마땅하던 차에 기회라고 여긴 듯 하나, 시비하기 거북한 미국 대신 정부를 마구잡이로 욕하는 것은 억지스럽다.

김 국정원장은 "HEU 프로그램 정보는 사실로 판단하지만, 실제 계획이 얼마나 진척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인사청문회에서도 같은 답변을 했다. 미국이 파키스탄의 핵 전문가 칸 박사의 진술 등을 토대로 북한이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와 기술을 확보했다고 주장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은 북한이 원심분리기 수천 개를 갖춘 HEU 생산시설을 숨기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증거는 내놓지 못했다. 객관적 전문가들은 북한의 HEU 프로그램이 칸 박사가 제공한 원심분리기 20여 개를 갖춘 실험실 수준이라고 본다.

물론 서류상 계획도 핵 프로그램이다. 미국이 비핵화 실무협상에서 HEU 문제를 분명히 하겠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이미 플루토늄 핵무기를 지닌 마당에 HEU 논란은 주변적 이슈일 수밖에 없다. 플루토늄 핵시설 동결과 폐기에 관심을 집중해야 할 때에 주변적 이슈에 관한 장관 답변 몇 마디를 놓고 열 올리는 것은 엉뚱하고 소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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