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지하철 사당역. 한 무리 귀성객들이 똑같은 책 한 권씩을 손에 들고 있다. 이들의 손에 들려 있던 책은 이달초 출간된 존 고든의 자기계발서 <에너지버스> . 이 책을 낸 쌤앤 파커스 출판사가 신간 홍보를 위해 기획한 행사다. 에너지버스>
이 출판사는 부산, 광주, 대구, 전주행 버스 4대를 ‘에너지버스’로 명명하고 ‘고향’에 얽힌 사연을 홈페이지에 올린 독자 60명을 추첨해 귀향버스의 무료승차권과 책 한 권씩을 증정했다.
이벤트 지원자가 645명에 이를 정도로 관심도 뜨거웠다. 출판사는 통상 1억원 대로 추산되는 신간 홍보비용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200만원 정도를 투자했지만 효과는 만점. 책은 출간 2주 만에 한 인터넷 서점이 집계한 주간종합베스트셀러 3위에 올랐다.
전주행 버스를 이용했던 임정아(25)씨는 “귀성 차편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는데, 이 이벤트에 당첨돼 귀성도 편하게 할 수 있었고 독서를 통해 귀향 길의 지루함을 달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출판사들의 신간 마케팅이 진화하고 있다. 저자들의 강연회, 출판기념사인회 등 기존의 구태의연한 홍보전략으로는 독자의 눈길을 끌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뮤직비디오 등을 통해 책을 홍보하는 미국 등의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연극, 콘서트 등과 결합한 ‘크로스 오버’적인 신간 마케팅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방황하던 한 중산층 여성이 다른 여성들과의 대화를 통해 돈과 행복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는 내용의 논픽션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를 출간한 여름언덕은 모노드라마로 책을 소개했다. 여자는>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책이라는 점에 착안, 연극배우 정유란씨가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 대형서점에서 이 책 내용을 소재로 7차례 공연을 하도록 했다.
출판기념회 등 기존 이벤트 때보다 현장판매가 5, 6배 이상 늘었다는 것이 출판사측의 주장이다. <이중섭 편지와 그림들> 을 출판했던 이 출판사는 다음달 음반을 이용한 마케팅도 선보일 계획이다. 이중섭 그림을 소재로 헌정앨범을 낸 포크가수 김현성씨의 공연마다 이 책을 판매할 계획이다. 이중섭>
작가가 직접 콘서트를 여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장편 <핑퐁> 을 낸 소설가 박민규는 지난해말 홍대의 한 클럽에서 인디밴드인 ‘황신혜 밴드’ ‘시인 성기완과 3호선 버터플라이’ 등과 함께 직접 소설을 낭송하고 콘서트를 열었다. 박민규씨 스스로 3, 4곡을 연주하고 노래도 부르며 1,000명이 넘는 독자들과 어울려 난장을 벌였다. 핑퐁>
이창덕 여름언덕 마케팅 팀장은 “출판사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신종 마케팅이 선보이고 있다”며 “거대 출판사에 비해 자본력이 떨어지는 중소규모 출판사들을 중심으로 비용절감 차원에서 새로운 신간 홍보 마케팅이 선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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