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 세계화, 글로벌화. 요즘 한국 신문이나 뉴스에서는 이 표현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물론 유행하는 단어들이겠지만 어떤 회사나 정부도 그 단어들의 매력에서 벗어날 수 없나보다.
글로벌 또는 국제적이라는 말을 붙이면 이미지도 좋고 현대적으로 보이고 어쩐지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느낌까지 든다. 그렇지만 이 말들의 이면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누구나 이 말들을 자연스럽게 쓰고 있지만, 이것이 갖고 있는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 인구 20% 이상이 외국인인 스위스
'국제'라는 말은 둘 또는 더 많은 나라의 사이, 즉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말한다. 이 글에선 국제화의 경제적 또는 정치적인 이야기를 떠나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사실 우리가 좋든 싫든 이제 한 나라는 혼자만의 힘으로 살아가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경제와 무역은 물론 문화까지도 그렇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국제화 또는 글로벌화되는 것을 걱정한다.
자기 나라의 정체성과 문화 및 전통을 잃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자기 나라의 문화와 전통의 가치를 중시하고 보존하면서도, 다른 나라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고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 서로에게 배우는 것도 아주 많고 그 덕분에 여러 분야 또한 많이 발달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고국인 스위스에선 인구의 20% 이상이 외국인이어서 다른 나라 사람들이나 그들의 문화를 어릴 적부터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때 우리 반에는 스페인, 스리랑카, 독일, 이탈리아, 터키 등 여러 곳에서 온 친구들이 많았다.
이 친구들을 단지 같이 공부하는 친구로 생각했지 다른 나라에서 온 외국인이라고 인식해본 적이 없었다. 가끔 그 친구들 집에 놀러 가서 그 나라 음식도 먹어보고 풍습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듣곤 했다.
사실 유럽의 경우 지리적으로 나라들이 가까워 국경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스위스 사람들은 주말이면 차를 타고 독일로 가서 쇼핑을 하고 근처 이탈리아나 프랑스로 짧은 여행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은 단일 민족이고 타국으로 가려면 꼭 비행기를 타야 하기 때문에 국제화가 거창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세계는 점점 작아지고 있고, 국경의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한국인도 세계시민인 것을 의식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바로 앞으로 세계에서의 무한한 가능성과 기회, 선택의 자유를 의미한다. 어느 나라 사람이건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일할 수 있고 공부할 수 있으며 살 수 있다.
● 다른 문화ㆍ사람에 열린 마음을
해외 여행을 하고 비싼 외국 상품을 사고, 외국의 모든 것을 흉내 내는 것만을 국제화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사실 내가 만난 한국 친구들 중에는 외국에 한 번도 나가보진 않았지만 외국인인 내가 보기에도 세계화돼 있는 친구들이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바로 열린 마음이다.
항상 새로운 사람들과 문화에 열린 마음으로 먼저 다가가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다른 문화와 사람들에게 열린 마음을 갖고, 존중하며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려고 하는 자세가 바로 진정한 세계화가 아닐까?
웰티 패트릭ㆍ서울대 동양철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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