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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건강 - 유방 살리고 '남성'도 보존… 암 수술 새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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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건강 - 유방 살리고 '남성'도 보존… 암 수술 새 트렌드

입력
2007.02.22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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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癌)이 무서운 이유는 다른 장기로의 전이(轉移) 가능성 때문이다. 암세포가 달라붙은 장기를 도려내고 수술 후 계속 추적진찰을 요하는 게 다 그런 이유에서다. 마치 스폰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장기를 오가는 암세포의 전진을 막으려면 이동 가능한 모든 길을 한 발 앞서 차단해야 한다.

그래서 환자와 의사들은 관련 장기를 절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게 암 확산을 막는 방법이라는 데 동의해왔다. 또한 완치라는 목표를 위해 다른 부차적인 것들을 희생시키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오랜 믿음이 ‘다행스럽게’ 사라지고 있다. 암 수술 때 환자의 행복수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장기를 되도록 보존하거나, 혹은 외형을 재건하고 기능을 유지하도록 하는 수술 트렌드가 자리잡고 있다.

▲ 난소 남겨서 호르몬 분비 유지-자궁내막암

국내에서 발생하는 부인암의 16% 가량을 차지하는 자궁내막(子宮內幕)암은 일단 수술에 들어가면 난소를 적출하는 게 ‘교과서’ 를 따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가 자라는 자궁 주머니 안쪽을 의미하는 자궁내막은 여성호르몬을 분비하는 난소와 인접해 있어 전이를 막기 위해선 이를 절제해야 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김재원 교수팀은 초기 자궁내막암을 앓고 있는 젊은 환자의 수술과정에서 난소를 보존해도 다른 장기로의 암 전이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김 교수 팀이 1992년부터 2004년까지 자궁내막암으로 수술한 환자 260명 중 난소를 보존한 35명을 평균 76개월 간 추적 관찰한 결과 단 1건의 타 장기 전이 및 난소의 악성종양도 발견되지 않았음을 확인한 것. 이 연구결과는 부인종양학 학술지인 <지니컬러직 온콜로지> 에 게재됐다. 지금까지 환자의 치료를 위해 당연시 되던 난소 적출을 피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김 교수는 “난소는 각종 여성호르몬을 분비하는 장기이기 때문에 자궁내막암 수술 때 이를 적출하면 이후 인위적으로 여성호르몬을 투입하는 등 수술 후 환자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준다” 며 “때문에 환자가 아직 젊고 상태가 나쁘지 않다면 앞으로 남은 긴 인생을 고려하는 차원에서 난소 등 주변 장기를 되도록 살리는 수술이 많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자궁경부암의 경우도 자궁 몸체는 그대로 두고 경부만을 잘라내 환자가 수술 후 임신을 할 수 있도록 한 사례가 최근 2년 동안 100여 건에 달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 발기ㆍ소변조절 기능 보존-전립선암

남성의 성기능과 소변조절 능력을 좌우하는 각종 신경세포는 주로 전립선에 몰려있다. 그래서 암 수술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이러한 신경을 훼손하게 된다. 전립선 암에 걸린 대부분의 남성 환자들이 의사로부터 “치료를 위해서는 소변조절과 발기능력 모두를 포기해야 할 지 모른다”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아온 이유다.

전립선암이 주는 두려움은 그래서 수술의 위험성 자체보다 ‘성 능력 포기’라는 치료 후 후유증에 관한 것이 더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행스럽게 전립선암 수술도 자궁암에서와 마찬가지로 전립선의 이러한 신경 무리(일명 아프로디테의 베일)를 보존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추세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나군호 비뇨기과 교수 팀이 2005년 선보인 ‘아프로디테의 베일 보존법’ 이 대표적인 예다.

이 수술법은 로봇을 이용하기 때문에 수술시야가 육안의 10배 이상 넓으며 손 떨림이 없어 일반 수술 시 포기해야 했던 치골 깊숙한 곳의 전립선 주변 신경군을 그대로 보존하며 암을 제거할 수 있다.

나 교수는 “2006년까지 2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전립선암 수술 시 전립선을 둘러싼 신경세포로 구성된 두께 1㎜의 아프로디테의 베일을 보존하는 시술을 적용했다. 그 결과 일반수술의 경우 수술 후 100일이 지나도 50%를 밑돌던 소변조절능력 복귀율이 72%로 향상됐고 45%의 환자가 3개월 만에 정상적인 발기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 여성의 아름다움 포기 못해-유방암

유방은 암을 제거하는 수술과 미용성형수술이 동시에 접목될 수 있는 특이한 장기 중 하나다. 과거에는 유방암 수술을 위해선 가슴 근육과 피부, 겨드랑이 임파선 등을 광범위하게 잘라내 여성다움과 모성을 상징하는 유방의 원형을 잃기 십상이었다. 환자들은 수술을 받은 후 남성의 거세와 견줄 정도로 큰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은 최소한의 절개로 필요한 부분만을 들어내면서 동시에 실리콘백이나 식염수백을 집어넣어 원래 모습보다 아름다운 유방을 만드는 동시 재건술(암 절제와 유방외형 복원수술을 함께 하는 수술)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쳐진 아랫배의 근육을 유방쪽으로 끌어올려 이왕이면 더욱 보기 좋은 유방을 재건하는 시술도 젊은층 환자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는 추세이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이택종 교수는 “최근 들어 유방암 수술 환자 중 50~60%가량이 암 수술과 유방 외형 복원수술을 동시에 받고 있다” 며 “동시 재건술을 받아도 유방암의 재발 가능성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고 설명했다.

다만 재건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진행이 많이 된 암에서는 손을 쓰기가 힘들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는 것만이 환자의 생존기간을 늘려주고 이와 함께 수술방법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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