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黃砂)’가 시작됐다. 예년보다 일찍 시작된 봄기운에 묻어오는 황사. 주 성분이 미세 먼지와 아황산가스, 규소, 카드뮴, 납, 알루미늄, 구리 등 중금속으로 이뤄진 황사는 입자의 크기가 보통 1~10㎛ 정도에 불과해 말초 기관지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줘 천식 등 기관지 환자에게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또 황사는 각종 산성(酸性) 성분을 담고 있어 피부에도 매우 해롭다. 노약자나 영ㆍ유아에겐 치명적일 수 있는 황사. 건강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 기관지 천식에 치명적
황사를 주의해야 할 사람 1순위는 기관지 천식 환자이다. 기관지 천식은 여러 외부 자극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다. 전형적인 천식환자의 경우 숨이 차고 숨소리가 가쁜 증상에 시달리지만 일부 환자들은 발작적인 마른 기침만 반복하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을 보이는 천식 환자에게 황사는 ‘독극물’ 그 자체이다.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조상헌 교수는 “황사에 포함된 이산화황, 이산화질소 등 대기오염 물질은 천식 환자의 예민한 기관지를 자극해 증상을 악화시키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며 “3~4월에는 일교차가 큰데다 차고 건조한 대기와 감기로 인해 천식 환자의 기관지가 시달리기 때문에 황사에 노출되면 매우 심각한 결과를 부른다”고 말했다.
천식환자는 황사가 심해질 때 외출을 해야 한다면 반드시 마스크를 이중으로 착용하거나 황사 방지용 특수 마스크를 사용해야 한다. 귀가 후에는 바로 세수와 양치질을 해야 하며 실내에서도 외부의 황사에 노출될 수 있는 만큼 공기 정화기를 사용하는 게 좋다.
조 교수는 “황사에 노출되면 천식환자의 기관지에 강한 자극이 오는 만큼 흡입용 기도염증 조절약 등 천식약을 더욱 열심히 복용하는 게 좋다” 며 “평소 건강하지만 황사가 심한 날 외출 했을 때 호흡곤란이나 가랑가랑하는 숨소리가 있거나 가슴이 답답해진다면 자신이 혹시 천식을 갖고 있는지 검진을 받아보라”고 말했다.
▲ 결막염 왔을 때 얼음찜질 도움
황사에 들어있는 여러 중금속은 인체 세포의 생존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산소 유리기(Oxygeon radicalㆍ산소계 음이온의 일종으로 세포나 물질에 달라붙는 성질이 있어 살균제 등에 쓰임)’ 를 발생시켜 세포를 손상시킨다. 특히 눈의 경우 각결막상피세포를 망가뜨려 안구건조증, 알레르기성 결막염, 자극성 결막염 등을 일으키게 된다.
황사로 인해 생긴 결막염에 걸리면 눈물이 많이 나고 붉게 충혈되며 눈에 뭔가 들어있는 듯한 이물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알레르기성 결막염은 눈이 가렵고 비볐을 때 끈끈한 분비물이 나오고 흰자위가 부풀어오르기도 한다.
김미금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는 “결막염 초기 증세가 의심되면 깨끗한 찬물에 눈을 대고 깜빡 거리기를 반복하거나 얼음찜질을 해주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완화된다” 며 “이후 안과를 찾아가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하며 황사에 노출될 때 반드시 보호안경을 착용하라”고 말했다.
황사 등으로 결막과 각막의 세포손상이 심한 경우, 세포치료를 도와줄 적절한 약물의 투여가 필요하다. 또한 2차적으로 염증이 생긴 때에는 염증억제 치료를 해야 한다.
알레르기가 심하면 혈관수축제와 항(抗) 히스타민제, 항염증제 등이 사용될 수 있다. 김 교수는 “질환을 스스로 판단해 안약을 장기간 사용하면 녹내장이나 백내장, 상피세포 손상 등 더 큰 병을 부를 수 있으므로 경과를 관찰하면서 적당한 양의 약을 처방에 따라 투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 아토피 환자 '덜 씻는' 환경 유지
황사는 일반먼지보다 입자가 작아 피부의 모공 깊숙이 들어가서 각종 트러블의 원인이 된다. 황사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시기는 기온이 점차 올라가는 봄철이기 때문에 피부의 땀과 피지 분비량도 늘어 황사에 실려 온 먼지, 꽃가루로 인한 알레르기 피부질환도 더욱 쉽게 생긴다.
아토피 환자는 되도록 황사철이 오면 ‘덜 씻을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 물에 많이 닿을수록 피부는 쉽게 건조해지기 때문에 땀을 흘리는 운동을 자제하고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해야 황사의 직ㆍ간접적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강한피부과 강진수 원장은 “황사에 시달린 피부는 냉찜질을 통해 진정시켜주고 피부는 평소 몸 상태와 관계가 깊으므로 피로가 쌓이지 않도록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영양섭취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황사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천식 환자라면 황사 때 절대 잊지 마세요
-- 황사 주의 일기예보를 점검, 미리 대비한다.
-- 황사가 심한 날에는 되도록 외출을 삼간다.
-- 외출을 할 때는 안경, 마스크, 모자 등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 귀가 후에는 바로 세수와 양치질을 한다.
-- 바람이 강하고 맑은 날에는 창문을 열지 않는다.
-- 에어컨을 이용해 실내ㆍ외 환기를 하고 공기청정기를 사용한다.
-- 실내에선 가습기로 습도를 조절한다.
-- 기도의 점막이 마르지 않도록 수분섭취를 늘린다.
-- 천식약을 더욱 열심히 복용한다.
-- 외출시는 흡입용 응급 기관지 확장제를 지참한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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