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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금융기관 vs. 금융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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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금융기관 vs. 금융회사

입력
2007.02.22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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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아직도 금융회사가 아니라 금융기관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대주주인 국책은행은 말할 것도 없고 민간자본이 주인인 시중은행조차 '회사'가 아닌 '기관'으로 불린다. 이 표현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오래 전에 제기됐지만 여전히 우리 입에는 금융기관이란 말이 더 익숙하다.

법적으로 명백한 주식회사를 '기관'으로 부르는 것은 분명 이상하다. '자동차기관' '건설기관' '전자기관'이 우습게 들리는 것처럼 '금융기관'도 어색한 표현이다. 한때 언론사를 언론기관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요즘은 언론사가 더 자연스럽다. 그런데도 금융기관은 여전히 부담 없이 쓰이고 있는 이유가 뭘까.

우선 금융산업은 자동차 건설 전자와 달리 진입장벽이 높은 규제 산업이다. 아무나 돈이 있다고 은행업을 할 수 없다. 삼성 현대차 같은 대기업이 은행을 계열사로 거느릴 수 없는 것도 법으로 산업자본이 은행업을 영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가 있다고 금융상품을 마음대로 개발해 팔 수도 없다. 금융당국의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금융감독원과 같은 방대한 감독조직을 두고 시시콜콜 잘잘못을 따지는 것도 다른 업종에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금융산업의 중요성과 특수성을 감안할 때 규제와 감독은 불가피한 일이고, 어느 나라나 유사한 시스템을 갖고 있다. 때문에 오히려 우리나라의 특수한 사정, 즉 과거 관치금융의 역사에서 그 이유를 찾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노골적인 관치금융은 사라졌지만,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액수의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은행은 다시 공공성 요구에 발목이 잡혔다.

무엇보다 외환위기의 경험은 금융당국으로 하여금 은행 부실에 대해 노이로제 반응을 일으키게 만들었다. 철저한 감독을 통해 부실을 예방하는 것이 금융당국의 지상과제가 됐다. 은행의 퇴출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로 여기는 분위기다.

요컨대, 은행업은 외환위기 이전과 마찬가지로 진입과 퇴출이 봉쇄된 산업이다. 외부의 강력한 경쟁자가 참여할 수 없고, 내부의 치열한 경쟁은 제한된다. 은행은 이 울타리 안에서 위험부담을 철저히 피하면서 예대 마진을 늘리는 '안전빵' 영업으로 충분히 수익을 누리고 있다.

지난해 주요 은행들이 1조~2조원대의 사상 최대 순이익을 올린 것은 바로 이런 바탕 위에서다. 전체 은행의 순이익을 합하면 13조5,000억원에 달했다.

은행들은 규제나 감독을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 보호막 아래서 많은 수익을 올리는 이중적 속성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 수익으로 다른 업종과는 비교도 안 되는 고액 연봉을 임직원들에게 주고, 주주들에겐 엄청난 배당을 하고 있다.

인물은 옛날 그대로인데 은행 임원의 연봉은 외환위기 이후 갑자기 몇 배로 올랐다. 소비자가 누려야 할 이익이 경쟁의 제한으로 인해 은행 임직원과 주주들 몫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당사자들은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면 주주와 임직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하지만, 규제산업으로서 은행업의 속성과 수익창출 구조를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은행이 '기관'으로서의 공공성을 버리고 '회사'로서 주주자본주의 논리를 펴려면, 일반기업처럼 치열한 경쟁을 통해 언제든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명제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은 한 은행은 공공성 요구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김상철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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