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제8전투비행단의 박지연(28ㆍ공사49기) 대위는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어디를 가든 여성으로서 금녀(禁女)의 벽을 허물며 최초 기록을 세우기 때문이다.
공군사관학교가 여성에게 문호를 개방한 1997년 13명의 동기생과 함께 첫 여성 사관생도가 된 박 대위는 2002년에는 공군 최초의 여성 전투기 조종사가 됐다. 2004년 공사 동기생인 정준영 대위와 결혼하면서 최초의 전투기 조종사 부부가 됐고, 지난해 10월1일에는 여성 최초로 국군의날 축하비행에 참가했다.
박 대위가 이번에는 여성 최초로 F_5E 전투기 편대장에 뽑혀 금녀의 벽을 또 한 번 허물었다. 이로써 박 대위가 갖게 된 ‘최초’ 타이틀만 5개다.
편대는 4대의 전투기로 구성된 공군 작전의 기본 단위이며 편대장은 직접 자신의 전투기를 조종하면서 나머지 3대를 지휘해야 하는 핵심적 역할을 맡는다. 때문에 편대장은 최상의 조종실력은 기본이고 고도의 상황판단 및 지휘통솔 능력도 겸비해야 한다. 제1전투비행단장 권오성 준장은 “편대장이 된다는 것은 공중 지휘관으로서 모든 능력을 구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편대장이 되는 과정도 수월치 않다. 우선 400시간의 비행시간을 달성해야 하며, 2대의 전투기로 구성된 분대에서 분대장으로 6개월 이상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박 대위와 함께 전투기 조종사가 된 4명의 동기생 여성 조종사들은 아직 편대장 승급심사 자격에 미달했고 총 비행시간이 500시간을 넘는 박 대위가 처음으로 도전했다. 박 대위와 마찬가지로 F_5E를 모는 남편 정 대위도 아직 심사자격을 얻지 못했다.
편대장 승급심사는 8번의 비행으로 결판이 난다. 6차례는 교관과 동승한 상태에서 위기조치능력이나 상황분석력, 판단력을 평가받고 2차례는 단독비행으로 공대지 및 공대공 전술운용능력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남성 조종사들도 한 번에 통과하는 경우가 없을 정도로 쉽지 않은 과정이다. 박 대위도 7번째 공대지 전술운용에서 탈락했지만 재도전에서 관문을 통과했다.
박 대위는 “승급심사 통과라는 기쁨보다 편대장으로서의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편대원들에게 믿음을 주고 그들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편대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부인보다 편대장 승급이 늦은 남편 정 대위는 “아내가 자랑스럽다”며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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